한반도 통일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인식이 바뀐 걸까. ‘남북통일 지지’ 쪽으로의 중국의 인식 변화여부를 가늠할 만한 여러 징후를 놓고 19일 정부 외교안보 당국의 분석이 한창이다.

대개 중국은 남북 통일 시 군사·외교·정치적 측면에서의 여러 가지 우려스러운 점 때문에 ‘현상 유지’를 더 바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향후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정부 내 평가와 전망은 양쪽으로 엇갈린다. 한쪽에서는 “중국이 현실적인 통일가능성에 대비해 긍정적이고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된다”고, 다른 한쪽에서는 “여전히 립 서비스로만 통일을 바란다고 말할 뿐”이라고 평가했다.

논란의 단초는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제공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한반도 통일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하기는 이례적인 일이다. 후 주석은 이날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지난 17일 미 언론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중국은 남북이 궁극적으로 평화통일을 실현해 나가기를 희망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후 주석은 또 “통일은 남북한 양측의 근본 이익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사실 과거에도 평화통일을 여러 차례 언급해왔지만, 최근 급박하게 전개되는 한반도 상황 전개양상과 맞물려 발언의 의미와 강도, 메시지는 분명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수년 내 북한의 급변사태 관측이 현실적인 가능성으로 다가오고, 북한 정권의 취약 지점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중국도 현실을 직시하고 대비할 필요성이 예전과 달라졌다는 점에서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통일을 희망하고 지지한다고 얘기한 것은 진전된 내용”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중국은 북한의 붕괴나 급변사태를 바라지 않지만, 통일은 궁극적으로 피할 수 없다는 인식도 하게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후 주석의 발언에도 모호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한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얘기는 아니라는 뜻이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중국이 항상 표명해온 입장”이라며 “누가 평화통일을 반대하고 전쟁에 의한 통일, 흡수통일을 바란다고 말하겠는가”라고 말했다. 원론적인 정답을 표명했을 뿐이라는 해석이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