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빈 초청으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18일 미국에 도착하면서 금세기 최대의 외교 이벤트가 막을 올렸다. 후 주석의 이번 방문은 과거 전례없는 수준의 의전과 환대로 세계인의 주목을 한껏 받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 의제 역시 ‘빅2’국가에 걸맞게 전 세계적인 이슈를 담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중국 인권문제도 의제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히고 나서 정상회담이 간단치 않게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양국은 발전적 미래를 약속하는 총론에도 불구하고 북한문제 및 인권문제, 경제문제 등 각론에서는 상당한 진통을 벌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후 주석의 국빈 방문은 1997년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이후 14년 만이지만 규모와 의전은 훨씬 향상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이틀 연속 후 주석과 만찬을 벌이는 것 자체가 외교사에서 이례적인 일이다. 연속 만찬 사이에 끼인 19일 낮 오찬은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초청으로 진행되는 등 후 주석은 최고의 극진한 대접을 받게 된다. 후 주석은 지난 2006년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양자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방문했지만 의전상 한 단계 낮은 공식방문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는 셈이다.

이번 정상회담이 주목받는 실제적인 이유는 의제에 있다. 양국은 세계 1, 2위 국가 정상답게 다양한 의제를 두고 심도 있는 조율을 시도한다. 이미 미·중의 협의 없이 진행될 수 있는 세계적 이슈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백악관은 미·중관계 총론과 경제문제, 안보문제, 인권·민주주의 문제 등 4가지 범주로 대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 이슈는 어느 하나 간단한 게 없다.

이중에서도 안보문제와 인권문제 등이 뜨거운 감자로 주목되고 있다. 위안화 절상 요구 등은 지난해 11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워낙 민감하게 대립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그 연장선상이지만, 여타 이슈는 다르다. 북한은 서울 G20 정상회의 이후 연평도 도발과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등 국제사회를 향한 도발행위를 확대했다. 오바마 대통령 다음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 석방 문제도 오바마 대통령의 자존심과 연계돼 있다. 비록 공동성명에 관련 내용이 만족스럽게 담기지 못한다 하더라도, 속시원하게 거론해 중국측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겠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인권문제 등도 거론하게 될 것”이라며 공세적인 정상회담을 예고했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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