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지난 18일 서해상 자국어선 침몰사고와 관련, 앞뒤가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일까지만 해도 한국측 설명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21일 갑자기 한국의 일방적 책임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 또 중국은 자국 어선의 한국측 배타적경제수역(EEZ) 침범 및 도주, 추격 방해 등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23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일 주한 중국대사관을 통해 중국 어선 ‘랴오잉위호’ 침몰과 관련된 증거 자료를 열람했으며, 수사를 맡고 있는 해양경찰서측에 별다른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측이 열람한 자료에는 당시 단속 상황이 담겨있는 동영상과 사진, 문제 어선의 EEZ 침범을 보여주는 레이더 사진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해경에서 20일 아침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를 불러 증거자료를 보여줬고, 중국측에서는 아무 소리도 안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후정웨(胡正躍)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도 지난 20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한국측 인사에게 자국 어선 침몰과 관련, “사실상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뒷수습에 양국이 잘 협조하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면서 “서해상에서 질서 있는 조업을 위해 중국측이 협조해줬으면 좋겠다”는 한국측 인사 발언에는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중국 어선 침몰과 관련해 그 외에는 특별한 이야기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21일 갑자기 입장을 확 바꿨다. 장위(姜瑜) 외교부 대변인이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한국은 전력을 다해 실종 선원 구조에 나서고, 사고 책임자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면서 한국측 책임을 공식 제기하고 나선 것. 일각에서는 기자 질문에 대한 원론적 답변이라는 해석이 나오지만, 장 대변인이 중국 어선의 EEZ 침범 사실은 언급하지 않은 채 한국이 중국 선원들의 인명·재산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준비된 발언’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특히 침몰한 어선에서 구조된 중국 선원이 EEZ 침범과 해경의 추격 방해를 시인했는데도, 중국측은 아직 해명하지 않고 있다. 또 한국이 제안한 수사과정 참관에 대해서도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선원이 EEZ를 침범한 사실을 조사과정에서 인정한 것으로 안다”면서 “중국측도 오늘부터는 조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