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해양경찰은 23일 서해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조업하던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중국 어선이 조업 허가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EEZ 불법 침범은 아니지만 정선명령에 불응하고 도주한 것은 불법어로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또 지난 18일 침몰사고 발생 당시 중국 어선에 탔던 선원들이 경비함을 들이받은 사실을 경찰 조사에서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중국 어선 두 척이 불법조업을 하고 있다고 의심이 들어 정선명령을 했는데 도망을 갔다”며 “조업허가를 받은 어선도 촘촘한 그물을 쓴다든가, 쿼터량을 속인다거나 제한조건을 위반하는 등 불법 조업 의심을 받으면 검문을 할 수 있고, 처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잠정수역으로 도망가더라도 추적권은 있다”며 해경의 정당한 법집행을 강조했다.

경찰 고위관계자는 “비디오 판독결과 중국 어선이 EEZ를 넘어왔고, 선원들도 이를 시인했다”며 “이와 함께 중국 선원 7~8명이 쇠파이프와 몽둥이, 대나무창을 이용해 경찰관 4명을 폭행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레이더 화면이나 일지를 보면 해경과 중국 어선의 위치를 다 파악할 수 있고 카메라로 촬영된 채증자료도 다 갖고 있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이같은 내용을 중국측에 다 보여줬으며 이들은 당시 아무런 항의를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건을 수사중인 군산해경에 따르면 중국 선원 3명을 상대로 불법조업과 충돌 당시의 정황을 조사한 결과, 선원들로부터 단속 중인 경비함을 랴오잉위(遼營漁·63t급)호가 들이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같은 진술은 이번 사태의 큰 변수가 될 전망이어서 그동안 한국측의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강경자세를 보였던 중국 정부의 태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군산해경은 중국 선원 3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거의 끝남에 따라 금명간 조사를 마무리하고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군산해경 박세영 서장은 “불법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올바르게 법 집행을 했다”고 밝혔다. 박 서장은 또 “추적권은 국제법 및 명확한 근거에 의해 잠정수역까지 추적이 가능하며, 모든 절차와 행동은 정당했다”고 말했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