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일 대중국외교에서 예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반도 위기의 해법에서 중국을 ‘최대변수’로 상정해 문제 해결의 틀을 다시 짜야 할 필요성 때문이다.

중국이 관건이라는 인식은 두 말할 필요가 없지만 중대 국면마다 일방적인 북한 편들기에 나서는 중국을 실질적으로 견인하지 못했던 반성에서다. 당장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조성된 위기국면을 돌파하는 것은 물론, 북핵 포기 및 통일까지 내다보며 위기의 근원을 해소하는 중장기 전략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외교안보자문단과의 청와대 조찬 회동(1일)에서 “중국 변수를 크게 봐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굳건한 한미동맹에 따라 미국 등이 상수인 측면이 강하다면 중국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고 가변성도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의 대부분은 한·중관계에 집중됐다. 중국을 과연 어떻게 설득하느냐는 문제에 대해 이 대통령은 이날 의외의 방식을 내놓았다. 남들이 다 중국을 비판할 때 “중국에 대해 기대한다”고 두둔했다.

북한 편을 드는 중국을 이해한다는 식의 논리는 이 대통령 특유의 돌파전략인 ‘역발상 접근법’이다. 11월28일 긴급 방한해 청와대를 찾아온 다이빙궈(戴秉國) 중국 국무위원과 입장차만 확인하고, 썰렁했던 회동 분위기와도 배치된다. 실제 정부 분위기는 김황식 총리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만나 “중국이 보다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는 점은 유감스럽다”고 평가한 것과 비슷하다.

이 대통령은 반대로 이날 자문단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지난 3년간 각각 10여 차례 이상 만나 중요한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수 있는 관계가 됐다”며 ‘중국 역할론’을 새삼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한·미 대 북·중’식의 대결구도 분석에 대해서도 “이분법적으로 갈라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제사회 전반이 중국의 무책임을 비판하고 국민의 정서도 중국에 대한 실망감이 큰 상황에서 ‘한·중관계 이상 무(無)’를 부각시키는 이 대통령의 의도는 여러 이유가 있다.

북핵문제 해결뿐 아니라 통일까지 나아가는 고차방정식에서 ‘중국의 역할’을 최대 변수로 집어넣어야 해법이 나온다는 인식이 강하다. 중국이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도 않지만, 남북통일 역시 바라지 않는다는 관측과도 무관치 않다.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시 한·미와 중국의 군사적 갈등이 발생할 상황에 대해서도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한반도 비핵화는 물론, 동북아 평화, 세계 역학구도와 맞물려 진행될 모든 현안이 대중국 외교에 달려 있다는 게 빈말도 아니고, 언제 갑자기 닥칠지 모른다”고 말했다.

김상협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