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2단지 한 공인중개업소 앞. 목4동 주택가에 사는 주부 최모(44)씨는 중개업소 게시판의 89㎡ 전세 2억6000만원을 보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의 신목중학교 배정을 위해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최씨는 “방 두 칸짜리 아파트 전세가 2억6000만원이라니 너무 오른 것 아니냐”며 “올해도 목동아파트 단지로 이사를 못 갈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11일 부동산 정보업체들에 따르면 추석(9월22일)이 20일이나 지났지만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은 거침이 없다.

전문가들은 11월과 12월 입주물량과 2010년 아파트 입주물량도 예년보다 턱없이 적어 전세난이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9월 첫 주 0.12%(전주 대비), 셋째 주(17일) 0.16% 오른 데 이어 추석 후인 10월 둘째 주(8일)에도 0.29% 상승하는 등 꾸준히 오르고 있다. 통상 아파트 전셋값 오름세는 추석이 지나면 한풀 꺾이면서 보합세로 돌아가지만 올해는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 부동산업계에서는 주택 신규 분양이나 구매를 계획했던 수요자들이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지속하자 전세로 돌아선 것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또 11월 입주물량이 서울 2184가구, 경기 2999가구로 이달보다 각각 1142가구, 1073가구 감소하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셋값 오름세와 달리 매매가는 35주 동안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10월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9월 마지막 주에 비해 0.04% 하락했다. 스피드뱅크 등에 따르면 10월 현재 수도권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1122만원. 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2007년 말(1088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스피드뱅크가 최근 집계한 ‘연간 아파트 입주물량 추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만4621가구인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물량(공공부분 포함)은 내년에 2만1035가구로 확 줄어든다. 경기도도 올해 9만3842가구에서 내년 2만9836가구로 급감한다.

이에 따라 집값 하향 안정세가 지속되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신규 분양이나 기존 아파트를 매입하는 내 집 마련에 나서는 게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서초구 서초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내년엔 전세난에 이어 집값 오름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실수요자들은 내 집 마련 시기 판단을 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환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