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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에서는 후보 단일화가 최대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잠룡은 향후 2년여간 각자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며 최종 대선 레이스에 안착하기 위해 무한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선 레이스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대선 구도는 사실상 선거일 약 1년전부터 본격적으로 형성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일보는 추석을 맞아 ‘현재’시점에서 한국 정치사의 또다른 분수령이 될 2012년 대선을 향해 가는 잠룡들의 가능성과 한계를 짚어봤다.


정세균, 온화·합리적 이미지 강점

손학규, 호남·비호남 규합에 유리

‘재기 노리는’ 정동영, 추진력 탁월

유시민·노회찬 등 야권 연대 주목

◆ 정세균, 강한 리더십이 과제 = 정 전 대표는 국무총리, 대통령 빼고 정치인으로 해 볼 수 있는 영광스러운 자리를 거의 모두 해봤다. 4선 의원으로 여당과 야당에서 모두 당대표와 원내대표를 역임했고, 노무현 정부 때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내각에서 일하기도 했다. 탈당 경력이 없으며, 온화하고 합리적인 이미지도 강점이다. 이제 대통령에 도전하는 것이 마땅한 수순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그는 대권 주자로서의 꿈을 부인하지도 않지만 고집하지도 않는다. 스스로 “대권 후보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도 “언제든 주자로 나설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의욕을 보이기도 한다.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은 ‘시력 측정’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여론조사 지지도다. “야당 대표 2년 하면서 이 정도 지지율을 보인 적은 없었다”는 비아냥이 끊이지 않는다. 대선주자로서 강한 인상을 남길 만한 리더십을 인정받기에는 아직 모자란다는 얘기다.

◆ 손학규, ‘정통성’을 인정받을까 = 손 상임고문은 ‘빅3’ 중에서 유일하게 비(非)호남이다. ‘호남 필패론’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인 것이다. 민주당의 ‘집토끼(호남)’에 ‘산토끼(비호남)’를 규합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중도적이고 안정적인 이미지를 풍기고 경기지사로서 도정을 운영해 본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손 상임고문에게는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주홍글씨’가 항상 따라 다닌다. 그는 지난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경선에서 정동영 후보에게 세간의 예상을 뒤엎고 완패했다. 그후 당 대표까지 맡아 총선을 치렀지만, 그에 걸맞은 당내 지지세력을 만드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그의 한 측근 의원은 “호남에서 아직도 ‘손학규가 우리 사람이냐’고 묻는다”고 털어놓았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그에게서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쉽게 떼주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취약점은 당권은 물론, 대권 경쟁에서도 손 상임고문을 가장 곤혹스럽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정통성을 인정받는 정치 과정이 그에게 숙제로 남아 있는 셈이다.

◆ 정동영을 짓누르는 실패의 책임론 = 최근 정 상임고문은 자신을 ‘사업에 실패하고 밖에 나가서 추위와 굶주림에 떨며 풍찬노숙하다 집에 돌아온 아들’이라고 표현했다. 2007년 대선에서 사상 최다 표 차로 패배한 이후 그는 자성하는 듯했지만, 호남에서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 탈당까지 감행했고, 재기를 위해 당권경쟁에 뛰어들었다. 그의 최대 장점은 과거 ‘몽골기병’으로 불리던 속도전이다. 2004년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 한 자릿수 지지율에 허덕이던 당을 제1당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가 있었다. 2007년 당내 경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대선 후보가 된 것도 그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을 충분히 다했느냐’는 정서가 남아 있다. 정 상임고문이 기나긴 반성문을 써도, 탈당까지 했던 데 대한 설득력있는 ‘해명’을 요구받고 있다.

◆‘486’이 뜬다? = 민주당 내에서 새로운 인물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세력은 ‘486’(4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이다. 이들은 최근 들어 본격적인 독자세력화를 시작하며 민주당의 새로운 ‘별’이 되는 꿈을 꾸고 있다.

최근 민주당 전당대회 국면에서 486들은 “‘하청정치’를 끝내겠다”고 했다. 더 이상 유력 주자 뒤에 줄서지 않고 자신들의 힘으로 ‘험한 세상’에 부딪치겠다는 것이다. ‘386’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10여년 동안 국회의원 한 두번 되기도 하고 떨어져 보기도 한 이들이 이제 ‘자기 정치’를 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르면 그 결실은 2012년에 볼 수도 있다.

문제는 두가지다. 대표 선수를 뽑는 일과 완전한 독립이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의장 또는 부의장 출신으로 대중성이 높은 이인영·임종석·오영식 전 의원 등이 이 세대에서는 선두주자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누구 하나 전국적 지지세를 확보하지 못해 ‘난형난제’라는 시각을 극복해야 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의해 ‘젊은 피’ 수혈을 위해 발탁된 후 각 계파로 나누어져 있는 이들이 계파 ‘보스’ 품에서 벗어나 완전히 독립할 수 있음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야권 연대가 변수 =‘6·2지방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야권연대의 힘이 차기 대선 국면에서도 빛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민주당을 제외한 야권에서 유력 대권주자로 꼽히는 인물은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정책연구원장,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 등이다. 이 중에서도 유 원장의 행보가 최대 관심사다. 친노(친노무현) 바람을 타고 적지않은 지지세를 보유한 것으로 평가되는 유 원장은 지난 경기지사 선거에서 비록 패배하기는 했으나, 한나라당의 김문수 지사를 상대로 선전을 펼쳤다.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유 원장의 몸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노 대표도 변수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명숙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아 한 후보의 패배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한 만큼 노 대표가 야권연대의 캐스팅 보트가 될 수도 있다.

김만용·김병채기자 mykim@munhwa.com
일러스트 = 이정학기자 luis80@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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