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대상 직원들이 추석을 맞아 1사1촌 결연을 맺고 있는 경기 양주시 광적면 비암2리 마을을 찾아 마을 주민들과 흥겨운 윷놀이를 펼치고 있다. 양주 = 정하종기자 maloo@munhwa.com

“앗싸~, 윷이다!”

박봉오(71) 할아버지의 손을 떠난 윷이 공중에서 우아한 원을 그리며 떨어졌다.

아슬아슬하게 ‘낙’을 면한 윷들은 모두 배를 보이며 흔들리고 있었다.

‘윷’이 나온 것이다. 일순간 환호가 터져나왔다.

마을 주민 편의 마지막 말이 말판을 벗어나며 승리를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대상 직원들은 아쉬워하면서도 모두 박수를 보냈다.

지난 10일 오후 경기 양주시 광적면 비암2리 마을에는 떠들썩한 마을 잔치가 한창이었다.

추석을 앞두고 이곳 마을과 1사1촌을 맺고 있는 대상 직원들이 선물을 가득 들고 마을을 찾았기 때문.

잔치의 백미는 마을 주민들과 대상 직원들이 편을 갈라 벌인 3대3 윷놀이 대결이었다.

이날 윷놀이는 ‘일반적 룰(?)’과는 다른 룰로 펼쳐졌다.

윷을 던지기 전에 누군가를 지정하고 윷이나 모가 나오거나 상대편 말을 잡으면 지정받은 이가 선물을 받는 새로운 룰이었다.

던질 때마다 선물이 걸리기 때문에 경기는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윷이 나올 때마다 탄식과 환호가 연이어 터져나왔다.

문화일보가 농협중앙회·전국경제인연합회와 함께 펼치고 있는 1사1촌운동이 기업과 농촌마을을 한 가족처럼 만들고 있다. 특히 추석이 다가오면서 1사1촌 결연을 통해 다져진 상생교류의 정(情)이 더욱 샘솟고 있는 것이다. 이날 대상 직원들과 비암2리 마을 주민들은 오랜만에 모인 대가족처럼,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젊은 사람들이라 말을 잘 못쓰네~ 허허허”, “이런 게 다 작전입니다.”

한 마을 주민의 핀잔에 김신홍 대상 경영혁신(PI) 본부장이 대꾸했다. 이날 대상 직원들은 초반에 모든 말을 업고 달리는 과감한 모험을 택했다. 초반에 좀 잡히더라도 한꺼번에 모든 말을 움직여 빠른 승부를 내겠다는 계산. 그러나 마을 주민 편에서 연이어 터지는 ‘윷’, ‘모’ 퍼레이드에 대상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날 대상 직원 중에는 대상 베트남 지사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3월 한국 본사에서 일하게 된 도안 티 흐엉 리(Doan Thi Huong Ly·여·28)씨도 끼어있었다.

윷놀이가 처음인 도안씨는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윷놀이의 가장 큰 장점 같다”면서 “명절 때 가족이나 이웃이 함께 모이는 한국 문화가 참 좋다”고 말했다.

흥겨운 윷놀이 판을 마치고 나서 마을 주민들과 대상 직원들은 인절미를 함께 만들었다. 남자들은 떡을 만들기 위해 쌀을 쳤고, 할머니들과 여직원들이 둘러 앉아 떡에 콩고물을 묻혔다.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는 대상 직원들인 만큼 손발이 척척 맞았다. “‘조물조물’하지 말고 ‘데굴데굴’해야 한다”는 이철중(여·63) 할머니의 ‘애매한(?)’ 지시에도 대상 직원들의 손길은 즉시 ‘조물조물’에서 ‘데굴데굴’로 바뀌었다. 이들은 만든 떡을 즉석에서 서로의 입에 넣어주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전날부터 이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권용석 사회공헌팀장이 “지금은 김장 배추가 막 싹이 나오기 시작하는 때인데, 비가 이렇게 내리면 다 쓸려내려가 버릴까 봐 걱정”이라고 말하자, 마을 주민들은 “농사꾼 다됐다”면서 “미리 조치를 해놔 안전하다”고 답했다.

대상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비암2리 마을과 1사1촌 결연을 하고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농사도 함께 지으며 매년 10월이면 대상 본사에서 직거래 장터를 열어 마을에서 생산된 농산물들을 판매하고 있다. 판매된 수익금만큼을 대상측에서도 마을에 기부하는 매칭그랜트 방식이다. 직원들은 품질 좋은 농산물을 싼 값에 구입하고 마을은 안정된 수입을 올릴 수 있는 ‘윈윈(win―win)’모델인 셈이다. 대상은 추후 1사1촌 마을을 4군데 정도로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권 사회공헌팀장은 “문화일보에서 펼치는 1사1촌운동을 통해 한국 농촌과 농업의 소중함을 새삼 확인하게 되었다”면서 “마을주민뿐 아니라 직원들의 반응도 좋고, 무엇보다 농촌과 관련이 깊은 먹을거리를 제조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봉사 활동이 더욱 뜻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양주 = 임정환기자 yom724@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