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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신우 논설위원

일본의 고지도는 동해를 하나같이 ‘조선해(朝鮮海)’로 표기하고 있었다. 1830년대 일본에서 제작된 것으로 현재 미국의회도서관에 보관중인 ‘염부제도부일궁도’를 비롯해 부산외국어대 김문길 교수가 2009년에 공개한 1852년판 일본 고지도 ‘지구만국방도’ 등이 그렇다. 사단법인 동해연구회는 2005년 미국 워싱턴에서 ‘일본에서 제작된 고지도에 표기된 동해 명칭’을 주제로 한 국제 세미나까지 개최했을 정도다.

동해가 원래 조선해였다면 그럼 일본이 주장하는 일본해는 어디에 위치해 있었을까. 애초의 장소는 한국의 동해가 아니라 일본의 동쪽, 즉 태평양쪽이었다. 우리의 서해는 같은 논리로 중국의 바다를 의미하는 대청해(大淸海)가 되며 이후 동지나해 혹은 동중국해로 바뀌게 된다.

그래도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일본이 동해보다 훨씬 넓은 태평양을 그대로 일본해로 부르지 못하고 어느 순간 갑자기 동해쪽으로 일본해를 옮긴 이유는 무엇일까. 김문길 교수는 이에 대해 “지구만국방도에는 일본 본토의 태평양 방향 동쪽 바다를 ‘대 일본해’라고 표기해 현재 일본이 동해를 가리킬 때 사용하는 일본해라는 표현은 이후 메이지 시대를 거치면서 일본이 영토 확대 등 다른 의도를 갖고 사용한 것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만일 영토 확대 의도가 맞다면 굳이 넓은 태평양을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비좁은 동해를 고집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독도를 둘러싼 한일관계를 연구해온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장은 이에 대해 필자에게 다른 설명을 해준 적이 있다. 일본 정부가 조선해를 갑자기 일본해로 바꿔치기한 배경에는 1853년 내항한 미국 페리 제독의 함대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개국을 요구하던 미국측이 태평양의 일본 표기를 묻자 에도(江戶) 정부는 ‘대일본해’라고 답한다. 그러자 미국조차 미국해(Sea of USA)라고 부르지 못하는 판에 당신네들이 어떻게 감히 일본해로 참칭할 수 있느냐고 반발하자 당황한 일본측이 이후 슬그머니 일본해를 조선해쪽으로 옮겨버렸다는 이야기다.

최근 국제사회가 동해의 일본해 단독 표기를 지양하고 동해/일본해 병기로 돌아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동해연구회에 따르면 병기 비율이 2000년 2.8%에서 2007년 23.6%로 증가했다. 조선해가 일본해로 변신한 역사적 경위를 좀더 정확히 연구하고 국제사회에 홍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