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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 단국대 교수·경제학

5일부터 노동부의 명칭이 고용노동부로 바뀌었다.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그게 무슨 대수냐 하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중요한 변화다. 노동 문제가 노사관계 불안 문제로 좁혀져서 인식되는 반면, 고용 문제는 말로만 중요하다고 할 뿐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흐지부지돼 일자리 상황만 악화해 좌절감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동안 노동부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정부 내부의 역학관계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고용 문제는 어느 한 부처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경제·교육·복지 부처 등이 모두 관련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부가 고용정책을 내놓아도 다른 부처와 협력이 되지 않아 반쪽짜리 처방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지게 됐다. 결국 고용 문제가 중요하다고 각 부처가 앞다퉈 지원 사업을 벌였지만 예산만 낭비하고 정작 정책에 필요한 고용통계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실업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고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자랑거리가 못 된다. 일자리 찾기를 아예 포기한 사람이나 불완전한 취업을 하는 사람의 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높기 때문이다. 특히 전체 평균 실업률과 청년층의 실업률을 비교하면 청년 실업 문제는 매우 심각하며, 여성의 고학력화에도 불구하고 직장을 구하려는 여성의 비율도 매우 낮다. 인적자원밖에 없는 나라가 인적자원을 이렇게 소홀하게 다룰 수는 없다.

경제사회 구조상 고용 문제는 앞으로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가 좋아지면 고용 사정이 개선되며 인적자원도 잘 활용될 것이라는 기대가 실현된다는 보장도 없다. 노동수요 측면에서 볼 때 경제성장을 하더라도 고용유발 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반면, 노동공급 측면에서는 대기업의 정규직 노동조합은 기득권을 누려 그 부담이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전가돼 고용 안정과 임금에서 격차가 커지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저출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는 고용과 빈곤의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수명이 길어져 일을 하고 싶은 고령자가 많아지지만 이들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보니 빈곤 문제가 악화할 수밖에 없다. 또한 고용 문제가 악화하면서 젊은이들은 결혼을 미루고 출산을 기피해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것은 노동력 부족은 물론 경제사회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리게 될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는 데 중심에 서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노동부 시절의 사회부처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 일을 완수하기 어렵다. 노동부는 국가 발전과 전체 근로자의 행복이라는 큰 그림을 가지고 대안을 창출하기보다는 노사관계 안정, 고용 안정 등을 강조하면서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데 치우쳐 왔다. 그리고 근로감독, 산업안전 등을 말할 때마다 집행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는데 그쳤으며, 정부가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을 노사정 합의 등을 이유로 추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용노동부가 고용 문제 해결의 총괄조정 역할을 하려면 구성원 모두가 정책 역량을 키우는 데 진력해야 한다. 고용 관련 정부 부처들과 정책 협의를 함에 있어 리더십을 보이려면 의욕만으로는 어렵다. 고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나서야 하는 만큼 그 역할을 존중하고 노동 수요의 원리를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고용의 기회가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노동력 배분과 투입의 낭비 요인을 찾고, 노동력에 대한 불공정 보상의 요인을 해결하는 등 노동시장 기능의 왜곡을 해소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