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 의무가 없음에도 목숨을 건 전쟁터에 뛰어들었던 재일학도의용군들이 겪어야 했던 참전환경은 열악했고, 전쟁 이후에도 생활이 막막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는 전투 중에 올린 공적과 조건에 관계없이 나라에 헌신했다는 애국심 하나로 다시 한국땅에 뿌리를 내린 사람도 적지 않다.

한국 정착 과정에서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이들의 충성심이 알려지자 당시 정부는 물론 주위에서 이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재일학도의용군들은 6·25전쟁 참전 후 1951년 1월부터 유엔군 편입자를 중심으로 일본에 귀환하기 시작했다. 642명의 참전자 중 사망·행방불명 등 135명의 희생자를 제외한 265명은 일본에 귀환했다. 그러나 나머지 242명은 1952년 4월 미·일 평화조약 체결로 주권을 찾은 일본이 재입국을 거절해 한국에 잔류했다. 대부분 오랜 일본 생활로 한국에 의지할 데가 없던 이들은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곳이 부산의 ‘소림사’와 서울 종로의 재일학도의용군 ‘모임소’다.

두 곳 모두 재일학도의용군의 위상을 말해 주는 일화가 있다. 1952년 무렵 처음에는 재일학도의용군 부상자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한 것이 나중에는 의용군들의 임시숙소로 활용되거나 취업 자리를 찾아주는 곳이 됐다.

그러나 이들에 대해 ‘해방 후에도 일본에 있던 사람’이라는 부정적인 인식도 남아 있었다. 당시 종로 모임소는 당대를 주름잡던 ‘협객’ 김두한의 사무실 근처여서 모임소와 자주 시비가 붙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모임소에 모인 재일학도의용군의 활약과 애국심을 알게 된 김두한은 부하들에게 “그들은 모두 애국자이니 더 이상 시비 붙지 말고 존중해주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또 부산 소림사에서도 재일학도의용군의 위상을 알리는 일화가 전해진다. 1952년 술에 취한 국군 헌병사령관이 소림사 담벼락에다 노상 방뇨를 하다가 몇몇 의용군 동지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백두산 호랑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이 헌병사령관이 변을 당하자 헌병대가 동원돼 당시 소림사를 드나들던 재일학도의용군들을 전원 연행한 것. 그러나 당시 부산에 있던 임시정부에서 이 소식을 들은 이승만 대통령은 “재일학도의용군은 그에 맞는 예우를 해줘야 하니 모두 풀어주라”고 지시한 것도 동지회에 전설처럼 회자된다.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