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은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계 가리지 않고 청와대를 향해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국정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당이 요구하는 국정쇄신의 핵심은 인적쇄신이다.

이미 사의를 표명한 정정길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 대부분의 교체와 ‘세종시 총리’로 불리는 정운찬 총리를 비롯한 상당수 각료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둘째는 청와대와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기조의 대대적인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여기에는 세종시 수정추진 포기와 4대강 사업 수정이 포함되며 지방선거 직전 보였던 반대진영에 대한 강경책보다는 포용과 실용의 중도실용정책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쇄신에 이르러서는 계파간 미묘한 인식차를 드러내 권력투쟁으로 흐를 조짐도 보인다. 당 지도부의 일대 쇄신과 일방적으로 청와대 방침을 추종하던 관계의 변경 등이 핵심인데, 친박과의 대타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점차 높아진다. 이번 지방선거 결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갈등구조를 해소하지 않고는 2012년 국회의원 선거도 어렵다는 두려움이 계파 화해 요구의 배경이다.

그러나 친이계 상당수는 “이번 선거를 박 전 대표가 방관하면서 박 전 대표에 대한 반감이 더욱 확산됐다”며 “친박과의 화해는 더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선거결과를 놓고 친이·친박간 이전투구를 벌일 경우 당이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고, 가까이로는 7·28 재·보궐선거에서도 또다시 참패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상호간 공격을 자제하고 있다. 전날 당 홈페이지에 “세종시를 외면하고 ‘박근혜 무용론’ 등을 선거공간에서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거만함과 오만함이 하늘을 찔렀다”고 주류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던 친박계 구상찬 의원은 금방 글을 내렸다. 지금은 ‘우리가 먼저 공격할 때가 아니다’는 계파내부의 우려가 전달된 때문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이 청와대 참모와 내각의 전면쇄신을 요구함에 따라 교체폭이 얼마나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선거결과가 여당 참패로 나온 만큼 이르면 다음달 초 중폭 이상의 인적쇄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상 교체가 최소한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상당수다. 한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선거결과를 어떻게 극복하고 집권 후반기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를 놓고 (대통령이)고심하고 있다”며 “인사권자가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김세동·박영출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