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1967년 5월 제6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박정희 민주공화당 후보의 선거 벽보(왼쪽부터)와 같은 해 6월 치러진 제7대 국회의원 선거 포스터, 1991년 3월 30년 만에 부활한 구·시·군의회 의원 선거 포스터. 국가기록원 제공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원장 박상덕)이 주최하는 ‘2010 국제기록문화전시회(IACE 2010)’가 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1층 A홀(구 태평양홀)에서 개막됐다. 구텐베르크 42행 성경과 그림형제 동화집(백설공주), 조선왕조실록, 팔만대장경 등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기록유산 원본(원판)과 대한민국 건국 및 성장에 관한 각종 자료, 육군역사일지 등 6·25 관련 희귀자료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이번 전시회는 6일까지 계속되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기록전과 산업전, 체험전 및 국제회의 등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회는 한국을 비롯, 동·서양의 기록문화를 비교·관람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이번 시리즈에서는 기록전 대한민국기록관에 전시되는 선거 벽보 및 포스터, 문맹퇴치 담화문, 춤 아카이브 세계관에 출품된 팸플릿 등을 통해 한국 현대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한다.

기록전 대한민국기록관 내 아카이브세계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각종 선거벽보 및 선거 포스터는 한국 현대정치사와 민주주의 발전사를 이해하는 데 귀중한 자료다. 거시적으로 볼 때 한국 현대사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지방자치단체 의회와 자치단체장 선거 등에서 민주주의가 진전·확대되는 방향으로 전개돼왔다. 한국 현대사 연구자인 허은 고려대 교수는 “선거를 통한 민주주의의 발전은 재집권을 위한 집권세력의 파행과 선거를 진정한 민주주의 제도로 만들기 위한 국민들의 투쟁이 맞물린 지난한 과정의 결과물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사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후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등이 장기 집권을 추구하면서 부산정치파동, 사사오입 개헌, 삼선개헌, 유신체제 등 제도의 왜곡과 선거가 부정으로 얼룩지는 파행이 거듭됐다. 이에 따라 선거시기를 전후해 공명선거 요구와 부정선거 규탄이 끊이지 않았는데 1967년 6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공명선거 이룩하여 자손만대 물려주자’라는 내용의 포스터는 당시 상황을 잘 말해준다.

정당정치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현실에서 선거 결과는 당시 민의를 표출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자 향후 민심의 향배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는 지표였다. 제헌의회에서 간선제를 통해 선출됐던 이 대통령이 6·25전쟁 와중에 부산에서 정치파동을 일으켜 제2대 대통령 선거방식을 직선제로 바꿨던 것이나, 직선제를 통해 3번이나 대통령에 선출됐던 박정희가 ‘10월유신’을 통해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에 의해 선출되는 간선제로 회귀한 이유는 모두 기존 선거를 통해서는 정권 연장이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1967년 제6대 대선에 후보로 나선 박정희는 “우리들과 그리고 귀여운 아들딸들이 좀 더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땀흘려 일하겠습니다”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가시적인 경제성장을 성취한 성과를 인정 받아 윤보선과의 대결에서 압승한 박정희는 이후 1969년 ‘3선개헌’, 1971년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그리고 1972년 ‘10월유신’을 단행했다. 허 교수는 “박정희가 이처럼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1967년 표어로 내걸었던 ‘귀여운 아들딸들이 좀 더 잘살 수 있는 나라’가 민주주의 측면에서는 전혀 달성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1972년 11월 계엄 하에서 유신헌법 개헌안이 국민투표 형식으로 통과되면서 대통령 선거 방식이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뀌었다. 새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의 선거를 통해 선출됐다. 박정희는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거행돼 이른바 ‘체육관 선거’라고도 불렸던 통대 선거 방식을 통해 1972년과 1978년에 재선됐다. 박정희 사후 대통령직을 계승한 최규하도 1979년 12월 통대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됐고 12·12군사쿠데타와 5·18민주화운동을 진압하고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도 통대 선거를 통해 11대 대통령이 됐다. 전두환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유신헌법을 개정해 다시 1981년 2월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을 대통령 선거인단으로 바꿨을 뿐 정권 장악과 유지를 위한 대통령 간선제 방식은 그대로 존속시켰다. 허 교수는 “신군부의 지원을 받아 만들어진 야당인 민주한국당의 대표 유치송이 기호 3번 대통령 후보로 출마해 경선 형식을 띤 게 유신체제 통대 선거와 다른 점이었다”고 말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군사독재 정권 퇴진과 민주주의 제도화가 당면 실천과제로 제기됐던 1990년대까지 한국사회의 관심은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에 집중됐다. 1952년 도입됐던 지방자치 선거제는 5·16군사정변 세력에 의해 중단됐다. 이에 앞서 1958년 대구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야당 인사가 승리하자 이승만은 1958년 2·4파동 때 지방자치단체장 선출방식을 직선제에서 임명제로 바꿔버렸다. ‘공명선거 뿌리내려 주민자치 열매맺자’는 1991년 3월26일 구·시·군의회 의원 선거 포스터에서 볼 수 있듯 지방자치제 기초의회 의원 선거는 1961년 5·16군사정변으로 지방의회가 일제 해산된 지 근 30년 만에 부활했다.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연기를 거듭하다 1995년 6월27일 실시됐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

*시리즈 관련 전문연구자 자료 분석 원문

■ 대의민주주의제도와 선거

허은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선거’를 빼놓고는 한국 현대정치사와 민주주의를 논할 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한국현대사에서 선거가 차지했던 비중과 상징성은 매우 컸다. 거시적으로 보자면 한국현대사의 전개는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선거, 그리고 지방자치 의회와 자치단체장 선거 등에서 민의가 보다 더 많이 그리고 보다 잘 반영되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재집권을 위한 집권세력의 파행과 선거를 진정한 민주주의제도로 만들기 위한 민중들의 투쟁이 맞물린 지난한 과정의 결과물 이었다.

주지하다시피 부산정치파동, 사사오입, 삼선개헌, 유신체제 등 장기집권을 추구한 독재자들에 의해 제도가 왜곡되고 선거가 부정으로 얼룩지는 파행이 거듭되었다. 그러했기 때문에 선거시기를 전후하여 공명선거요구와 부정선거규탄이 끝이지 않았다. 이러한 배경하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속적으로 선거관련 포스터에서 공명선거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는데(포스터 1967.6, “공명선거 이룩하여 자손만대 물려주자”), 이를 가슴에 새겨야할 이들은 대중보다 집권세력이었다.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대중의 사회적 요구들을 제대로 반영하는 정당정치가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거결과는 민의를 표출하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자 또한 향후 민심의 향배를 정확히 가늠할 수 있는 지표였다. 제헌의회에서 간선제를 통해 선출되었던 이승만 대통령이 전시 중에 어이없는 정치파동을 일으키면서까지 제2대 대통령 선거방식을 직선제로 돌렸던 것도, 그리고 직선제를 통해 3번이나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던 박정희가 ‘10월유신’을 통해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에 의해 선출되는 간선제로 회귀했던 이유도 기존 선거방식을 통해서는 정권연장이 어렵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1958년 국회의원 총선거, 1978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이승만정권과 박정희정권에 대한 민심의 이반이 분명히 표출되었고 이는 독재정권에게 커다란 압력요인으로 작용했다.

1967년 제6대대통령 선거후보로 나선 박정희는 “귀여운 아들딸들이 좀더 잘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땀흘려 일하겠습니다”라는 구호를 내걸었다.(선전벽보 1967년 박정희) 그는 가시적인 경제성장을 성취한 성과를 인정받아 윤보선과의 대결에서 압승했다. 하지만 이후 1969년 ‘3선개헌’, 1971년 ‘국가보위에 관한 특별조치법’ 그리고 1972년 ‘10월유신’을 단행하며 민주주의 발전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 결과 1967년 표어로 내걸었던 “귀여운 아들딸들이 좀 더 잘 수 있는 나라”가 민주적인 측면에서는 전혀 달성되지 못했다.

1972년 11월 계엄 하에서 유신헌법 개헌안이 국민투표의 형식으로 통과되었다. 개헌안의 주요 골자 중에 하나가 대통령 선거방식을 직선제에서 간선제로 바꾸는 것이었다. 새로운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들의 선거를 통해 선출되었다. 통일주체국민회의는 형식상 대통령 위에 존재하는 최고기관이었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영구집권을 위한 거수기에 불과했다. 박정희는 장충체육관에서 거행되어 이른바 체육관 선거라고도 불렸던 통대선거 방식을 통해 1972년과 1978년 재선되었다.

박정희사후 대통령직을 계승한 최규하도 1979년 12월 통대선거를 통해 대통령이 되었고, 12·12군사쿠데타와 광주학살을 자행하며 정권을 장악한 전두환도 통대선거를 통해 11대 대통령이 되었다. 전두환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유신헌법을 개정하여 다시 1981년 2월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하지만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을 대통령선거인단으로 바꾸었을 뿐 정권장악과 유지를 위한 대통령 간선제 방식은 그대로 존속시켰다. 유신체제 통대선거와 다른 점이라면 경선의 형식을 띠었다는 사실이다. 유신정권과는 다른 정권이라고 부각하기 위한 조치였다. 신군부의 지원을 받으며 만들어진 야당이라 야당대표라고 칭하기도 겸연쩍은 유치송이 기호 3번 대통령 후보로 나와 경선의 구색을 맞추었다.(선거공보 유치송 기호 3번)

1990년대까지 군사독재정권 퇴진과 민주주의의 제도화가 당면 실천과제로 제기되었던 시절에는 모든 이들의 관심이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로 집중되었다. 하지만 요즘 우리들은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지방의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개개인들의 일상생활 영역에 미치는 여파가 대선, 총선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952년 도입되었던 지방자치 선거제는 5·16군사쿠데타 세력에 의해 중단되었다. 지방자치 선거제도는 이를 도입한 이승만 정권에 의해 완전히 뿌리를 내리기도 전에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1958년 대구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야당인사가 승리하자 이승만은 1958년 2·4파동때 지방자치단체장 선출방식을 직선제에서 임명제로 바꾸어 버렸다. 1961년 5월 16일 군사쿠데타 세력이 지방의회를 일제히 해산시킨 이후 3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서야 지방자치선거제도가 제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1991년 3월 지방자치제 기초의회 의원선거가 부활되어, 전국의 시·군·구의회 선거가 3월 26일 일제히 실시되었다.(포스터 : 1991.3.26 “공명선거 뿌리내려 주민자치 열매맺자”, 구시군의회의원선거)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는 연기를 거듭하다 1995년 6월 27일 실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