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한·일·중 제주 정상회의 후 공개된 공동언론발표문에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 공동노력 지속합의’ 문구가 삽입된 것을 놓고 ‘천안함 침몰 사건을 둘러싼 한·일 대 중국의 합의 도출 불발에 따른 결과물’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한·일·중 정상이 6자회담 재개 수순을 합의했다기보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입장을 반영한 원칙론적 수사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6자회담 재개 문제를 둘러싸고 한·미·일과 중국은 현격한 시각차를 갖고 있다. 한·미·일 3국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를 전제로 하고 있으나 북한이 28일 국방위원회의 천안함 사건 반박 기자회견까지 한 것을 볼 때 사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북한의 사과라는 표현보다는 ‘긴장된 정세가 해소돼야 한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고 있다.

하토야마 유키오 (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30일 한·일·중 정상회의 2차 세션때 6자회담 재개 문제와 관련, “북한의 명백한 반성과 사죄가 전제돼야 6자회담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이날 한·일·중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천안함 사건으로 생긴 엄중한 영향을 해소하고 충돌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말하자면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원인제공자인 북한의 사과와 해명이 필요 한게 아니라, 사건이후 생겨난 긴장을 해소해야 하는 것이라는 식이다.

반면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천안함 침몰 사건 관련 담화때 “북한은 대한민국과 국제사회 앞에 사과하고, 이번 사건 관련자들을 즉각 처벌해야 한다”고 밝혀 6자회담 재개의 전제조건이 바로 북한의 사과 및 관련자 처벌임을 명확히 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을 수행했던 미 고위관리도 지난 26일 “지금은 6자회담을 재개할 국면이아니고 북한의 행동을 바꾸기 위해 노력할 때”라고 밝혀 ‘사과’라는 북한의 행동변화 없이 6자회담 국면이 시작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 관계자는 31일 “원자바오 총리가 6자회담을 장기적으로 추진한다고 한 만큼 그런 일반론을 재확인 것”이라면서 “6자회담은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가 전제돼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도 “천안함 사건으로 시간을 끌 경우 북한 비핵화 프로세스가 지연되기 때문에 가급적 이른 시간에 6자회담을 하고 싶다는 중국의 의중이 반영된 것인데 북한이 쉽게 사과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게 딜레마”라고 말했다.

이미숙기자 musel@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