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캠벨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27일 중국의 입장 변화 가능성을 거듭 천명하고 나서면서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국제사회의 기류가 전환점을 맞고 있다. 미국내에선 북한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고, 중국마저 북한의 소행임을 간접적으로나마 인정하고 나선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가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방한 이후 중국의 입장이 조금이라도 전환된다면 다음주부터 예상되는 유엔 안보리 설득작업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 미국, 중국 설득 총력전 = 캠벨 차관보의 언급은 중국의 속내와 연관돼 있다. 겉으로는 중립을 지키고 있지만 속으로는 북한의 잘못이라는 심증을 굳히고 있는 것이다. 그는 “솔직히 말해 현 상태에서 중국 정부의 결정된 입장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었으나, 수면하에서는 북한을 천안함의 배후로 인정하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중길에 미국이 중국측에 “이번만은 우리 편이 돼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힌 대목은 미국의 절박성을 대변해 주고 있다. 캠벨 차관보는 미 국무부내에서 동아시아 정책을 담당하는 실무급 최고위직의 관리다. 그는 한국과 중국, 일본 정책을 결정하는 책임자이며, 클린턴 장관의 직접 결재를 받아 동아시아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제임스 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이날 유엔 안보리에서의 중국 동참 여부에 대해 “클린턴 국무장관의 방중기간 양자대화에서 많은 이슈들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며 “중국이 주어진 증거를 바탕으로 틀림없이 올바르게 행동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가세했다.

◆ 미국의 대북 강경기류 확산 = 미국은 이날 ‘국가안보전략(NSS)보고서’를 발표, 북한을 국가안보의 위협으로 다시한번 지목했다. 보고서는 “북한과 이란이 (비핵화를 위한) 국제 의무를 무시한다면, 우리는 그들의 고립을 심화시키고, 그들이 국제적 비확산 규범을 준수할 수 있도록 만들 다양한 수단들을 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 로즈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추구할 경우 우리는 북한을 고립시키고, 대가를 가져다주기 위해 공격적인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