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의 침몰이 북한의 어뢰 공격 때문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군 당국은 당장 서해상에서 한·미 연합을 통한 전력과 훈련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북한의 이번 도발에 대한 군사적 경고인 동시에 추가 도발할 경우 즉각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이미 올 하반기에 서해상에서 대규모 연합 대잠수함 훈련을 실시키로 합의하고 현재 세부적인 계획을 협의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북한 잠수함(정)의 침투를 탐지해 격파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미군의 핵추진 잠수함이 참가해 가상의 북한 함정에 실제 어뢰를 발사하는 등 ‘실전’에 준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 사건 현장이자 그동안 북한의 도발이 빈번했던 서해상에 대한 전력도 대폭 보강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일본 요코스카(橫須賀)에 본부를 두고 있는 미군 7함대의 일부 세력을 서해안에 전진 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7함대 소속의 항공모함이나 이지스 구축함, 핵잠수함 등이 보강될 경우 북한의 도발의지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예비역 해군 장성은 2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천안함과 같은 해군 초계함은 북한의 잠수정이나 반잠수정에 대한 탐지력과 타격력이 크게 떨어진다”며 “백령도 인근 해역에 대잠 헬기를 탑재한 대형 구축함을 상시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대한 검색 강화와 휴전선에서의 대북 심리전 재개,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 저지 등도 당장 시행이 가능한 군사적 압박카드로 꼽힌다. 또 국방개혁과 관련,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연기와 주적개념의 부활 주장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군 당국은 그러나 북한 함정에 대한 정밀 타격 등 맞대응식 보복조치는 선택지에서 제외하는 분위기다. 무력응징은 북한의 추가 도발의 빌미를 줄 수 있고, 국제 금융시장에서 ‘코리아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박영출기자 ev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