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김중수(가운데)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3가 한은 회의실에서 경제동향간담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참석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정하종기자

‘요즘 한국은행은 태평성대(?)’

취임한 지 두달째가 되어가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작심한 듯 한은 직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이르면 오는 8월말쯤 한국은행 발전방향에 대한 장기 종합보고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김 총재가 한은을 향해 고언을 하자 금융업계 안팎에선 향후 한은의 구조개혁 강도가 높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있다.

김 총재는 19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3가 한은 회의실에서 주요 경제연구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경제동향간담회에서 자신이 ‘워커홀릭(일 중독)’으로 불린다는 한 참석자의 말에 “요새 한은은 태평성대”라고 운을 뗀 뒤 “(한은 직원들이) 워낙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라 일이 없으면 불안해한다. 요즘은 일이 많으니까 너무 좋아한다”고 말했다. ‘태평성대’나 ‘워낙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란 표현은 한은 직원들이 너무 안이한 자세로 업무에 임하는 게 아니냐는 인식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한은 노조가 최근 대자보를 통해 “(한은 총재가) 휴일 출근을 유도하고, 이직하지 못하는 것이 직원들의 무능력이라도 되는 양 폄하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데 대한 일종의 화답으로도 해석된다.

김 총재는 취임 이후 직원들의 자기혁신을 강조해왔다. 지난 4월 출입기자단 만찬 모임에서는 “한은은 투명한 조직이다. 겉과 속이 똑같다”고 말해 폐쇄적이고 외부의 변화에 둔감하다는 평가를 받는 한은 조직의 문제점을 반어적으로 꼬집었다.

그는 또 “경제학자와 일기예보가 비슷한 점은 둘 다 과거는 잘 설명하지만 전망은 자주 틀린다는 것”이라며 “일기예보는 적어도 지금 눈이나 비가 오는지 알 수 있지만, 경제학자는 현재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모른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두세달 전 지표를 써서 (한은 직원들이) 현재 상황을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김 총재의 이날 발언은 향후 한은의 개혁 방향을 예시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그는 취임 직후 한은 보고서를 읽어본 후 “보고서는 잘 만들었지만 한은의 문제점을 한은 내부에서 찾은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