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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재(37)가 그동안 쌓아온 젠틀한 이미지를 버리고, ‘나쁜 남자’로 돌아온다.

이정재는 고(故) 김기영 감독의 동명 영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리메이크한 ‘하녀’(감독 임상수·5월13일 개봉)에서 누구의 제약도 받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욕망에 따라 행동하는 인물인 훈 역을 맡았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한 ‘하녀’는 상류층 가정에 하녀로 들어간 은이가 주인집 남자 훈과 육체적 관계를 맺으면서 벌어지는 파격적인 이야기를 그린 에로틱 서스펜스물이다.

전도연이 주인공 은이를 연기했으며, 윤여정이 집안 일을 총괄하는 나이든 하녀 병식으로, 서우가 훈의 부인으로 나온다.

지난 26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AM7과 만난 이정재는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안하려고 했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댄디한 역할을 주로 맡아왔는데, 돈, 명예, 권력 등 모든 것을 가진 훈은 외형은 댄디하지만 모든 사람들을 무시하고, 자신밖에 모르는 인물이에요. 주위에서도 말렸고,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꺼려졌었어요. 하지만 이야기 구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임상수 감독에 대한 신뢰로 출연을 결정했어요”

그는 훈 캐릭터를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고 소개했다.

“시나리오 상에는 평면적이었던 캐릭터를 촬영을 진행하며 입체적으로 만들었어요. 임 감독님이 대사도 바꿨고, 하나하나 덧씌워줬죠. 시나리오가 워낙 세밀했고, 임 감독님의 연출이 섬세해 저는 그냥 따라가기만 하면 됐어요. 연기를 하면서 조금씩 훈의 내면을 알아갔고, 그런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하녀’는 이정재의 17년 연기 인생에 큰 의미를 던져준 작품이다.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연기한 의미있는 작품이에요. 항상 제 연기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완성본을 보면 어색하고, 뭔가 겉도는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이번 영화를 하며 좋은 경험을 했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연기를 시도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줬어요”

칸 레드카펫을 밟게 된 소감을 묻자 그는 “정말 좋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제가 가게 된 것도 기쁘지만 임 감독님의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게 더 기분이 좋아요. 영화의 완성도를 인정해주는 상을 받으면 더 좋겠죠. 또 전도연씨가 다시 한번 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이정재는 이번 영화에서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춘 전도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정말 몰입을 잘 하는 배우예요. 연기를 하면서도 깜짝깜짝 놀랐어요. 상대 배우가 몰입이 돼 있으면 저도 연기하기가 편해요. 결혼을 하고도 이런 작품을 선택하고, 최선을 다해 연기를 펼치는 걸 보고 ‘정말 대단한 배우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는 흥행에 대한 욕심도 나타냈다.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어요. ‘하녀’가 예술성을 강조한 영화로 아는 분들이 있는데, 이 영화는 다양한 요소를 갖춘 오락영화예요.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거예요”

김구철기자 kckim@munhwa.com
사진=권상효 ATLASPR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