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벅은 한 마리가 뛰기 시작하면 풀을 먹으려던 원래의 목적은 잊고 무작정 초원을 달리다가 모두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고 만다는 아프리카의 양이다. 지금 우리 아이들이 그 꼴이다.

고등학생만 되면 하루에 16시간이 넘게 형틀에 묶여 교과서적 지식을 단순 암기하면서 오로지 시험 잘 보는 기계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종착점은 대부분 비정규직 임금노동자로 인생 설계도를 제대로 그려보지 못하는 비참한 삶이다. 결코 살아있는 삶이라고 볼 수 없다. 이제 우리 모두 가던 길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며 나는 누구이며 삶이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돈과 경쟁만을 내세우는 소수의 권력과 자본의 압박에서 벗어나 따듯한 이웃과 인간이 진정 추구해야 할 소중한 가치들을 하루빨리 되찾아야 한다. 최근 이어지는 탈학교선언은 그런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책으로 크는 아이들’(우리교육)은 학교현장에서 독서운동을 주도해온 베테랑 교사 백화현이 아이들과 책을 함께 읽어온 7년간의 ‘가정독서모임 이야기’다. 2기에 걸쳐 진행된 이 모임에서 아이들은 그림책과 동화책에서 시작하여 동서양의 고전문학과 철학, 종교, 신화, 역사, 정치, 경제, 과학, 환경 등 여러 영역의 책들을 함께 읽고 글을 쓰면서 나는 누구이고 삶이란 무엇이며 무엇이 진실이고 선이며 정의인지를 토론하며 자아를 튼실하게 확장해나갔다. 중2부터 고2까지 1기에 함께했던 아이들은 모두 자기가 원하던 학과에 진학했다. 수시 합격한 세 사람은 논술과 구술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는데 입시에 방해가 된다는 독서활동이 오히려 큰 힘이 되었음이 확인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것은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사전 준비를 충분히 한 여행을 함께하면서 생각의 가지를 한껏 뻗는 바람에 모두가 넉넉한 사람으로 성장해주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정신없이 만화에 빠지는 큰아이를 다양한 책의 세계로 이끌어서, 막막하고 불안한 사춘기 시절을 친구들과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따뜻하게 보냈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으로 이 모임을 시작했다고 밝힌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이런 모임이야말로 우리 교육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이제 이런 모임이 학교 안에서도 대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기만 한다면 입시 위주의 정책으로 아이들을 죽이는 백년하청의 교육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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