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6일 9부2처2청 등 행정부처이전 백지화를 골자로 한 세종시 수정안 관련 5개 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친이(친이명박)계는 정부의 세종시 수정법안을 다시 수정하는 ‘2~3개 부처이전’ 절충안 도출을 시도하고 있다. 당의 세종시 ‘6인 중진협의체’는 17일 세종시 건설현장을 방문한 뒤 18일부터 세종시 해법을 본격 논의할 예정이다.

한 친이계 주요 당직자는 이날 “정부가 수정법안을 의결해도 국회에서 그 법의 처리를 주도하는 건 여당”이라며 “수정안으론 야당은 물론 친박(친박근혜)계와도 협상이 불가능한 만큼 일부 부처 이전 카드로 타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친이계 한 핵심 의원도 “중진협의체를 구성한 건 절충을 하기 위해서”라며 “세종시를 교육·과학중심의 경제도시로 변경하는 만큼 그 성격에 맞는 교육과학기술부나 지식경제부, 환경부 등은 내려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의 친이계 의원들은 청와대 주요관계자들이 ‘행정 비효율성이라는 논리에 비춰볼 때 부처이전은 1개도 안된다’고 하는 데 대해 “참모들은 그렇게 얘기하지만, 대통령은 ‘중진협의체에 기대한다’고 하셨고, 정몽준 대표나 안상수 원내대표 모두 ‘중진협의체의 결론에 따르겠다’고 얘기하지 않느냐”고 말해 이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지도부가 절충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점을 강력히 시사했다. 상당수 친이계는 여권지도부보다 박 전 대표측이 절충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돌파구 마련과 협상이 좌절될 경우의 후속대책 등을 고민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강경파와 온건파로 입장이 나뉜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친이계 한 당직자는 “중진협의체의 절충안마저 친박측이 거부하면 의원총회를 열어 정부의 수정안을 당론으로 만들기 위한 표결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절충안이 아닌 수정안 표결시 재적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기 어려워 부결될 것’이란 당내 일반적 관측에 대해 “부결돼도 할 수 없고, 그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온건파 친이계 의원은 “청와대와 당내에 ‘협상이 끝내 안 되면 국민투표로 가자’는 사람들이 꽤 많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절충안에 친박이 합의 안 해줘도 당론 표결은 절충안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