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계가 변화의 급물살을 탔다. 한국 노동운동을 양분해온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는 다른 제3의 노동운동을 모색하는 노동조합 연대(노조연대)가 그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타협 과격 운동으로 점철된 노동운동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좌편향 운동을 주도해온 노동계 지형이 180도 바뀌는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특히 대정부 강경투쟁 노선을 고수하던 ‘정치적 노조주의’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함께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움직임에서 비롯된 이같은 새로운 흐름이 ‘제3노총’으로까지 이어질지에 노동계의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5일 노동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과 서울메트로 노조 등 전국 40여개 노조 위원장과 집행간부 12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4일 ‘새희망 노동연대’가 공식 출범했다. 노조연대는 출범 취지문에서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노동운동 ▲투쟁보다 정책·공익노조 지향 ▲사회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노조로 거듭날 것 등을 결의했다. ‘투쟁보다 정책·공익노조 지향’이란 대목에서 탈정치적·실용주의 노동운동을 지향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와 관련해 노조연대의 오종쇄 공동의장(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은 “앞으로 정부와의 교섭이 아닌 노조 내부에서 현장조합원들을 위해 어떤 노동운동을 벌여 나갈 것인지 고민하고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전문가들은 노조연대가 앞으로 중도개혁적 실용주의 노동운동을 태동시키는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노동운동의 태동은 이미 지난해 초부터 예고된 것이다. 서울도시철도노조 등 전국지하철노조와 KT노조 등 민노총 산하의 핵심 노조들의 ‘민노총 엑소더스’ 현상이 정점에 달하면서 양대 노총에 의해 균형을 이뤘던 노동계에 새로운 독자노선이 형성될 조짐을 보였다. 특히 민노총 이탈의 흐름은 이명박 정부 들어 형성된 민노총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과 함께 강경투쟁보다 사업장별 실속을 챙기는 일선 노동현장의 움직임으로 인해 더욱 가속화됐다. 노동계에선 노조연대의 출범에 대해 ‘노동의 양극화’와 ‘취약한 노동계층인 비정규직의 양산’이라는 새로운 환경과 연결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제3노총으로 완전한 형태를 갖추게 될지에 대해선 일부 소극적인 시각도 있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