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딥페이크 기술로 연예인 얼굴을 합성한 도박 사이트 홍보 영상. 부산경찰청 제공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축구선수, 불법 도박자금 세탁 주도
현직 기업 보안프로그램 개발자가 가짜 코인 매매사이트 개발
대포 통장 연계된 가상계좌에 돈 입금 수수료 대가로 100억 원 이득
일부 도박사이트, 연예인 합성 홍보물로 청소년 회원 확보도 드러나

부산=이승륜 기자


가짜 가상화폐 거래 사이트를 이용해 1조 원이 넘는 불법 도박 자금을 세탁하고 100억 원대 수수료를 챙긴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의 범행은 과거 K리그 승부조작에 연루돼 영구 제명된 전직 프로 축구선수가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도박공간개설 혐의로 A(40대) 씨 등 8명을 구속하고 공범으로 가담한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 일당은 2022년 1월, 현직 기업 보안프로그램 개발자를 고용해 가짜 코인 매매사이트를 개발하고 운용을 시작했다. 이후 이들은 대포통장 업자로부터 대포통장과 대포폰 200여 개를 확보해 수천 개의 가상계좌를 발급받고 이를 가짜 코인 매매사이트와 연동했다. 도박사이트 회원 6만6802명은 이 가상계좌에 약 1조1000억 원을 입금했으며, 이 돈은 마치 코인 거？？이뤄진 것처럼 위장돼 세탁된 것으로 드러났다.

A 씨 조직은 이 범행으로 입금액의 1%에 해당하는 수수료를 챙겨 약 100억 원대의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대포통장이 금융기관에 의해 지급 정지되거나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가 있으면, 가짜 코인 거래 내역을 제출해 계좌 지급정지를 해제하거나 수사망을 피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을 주도한 A 씨는 프로축구 선수 출신으로, 과거 K리그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돼 영구 제명된 전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기업 보안프로그램 개발자를 범행에 가담시켜 허위 코인 매매사이트를 제작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도박 자금이 입금된 계좌를 추적하던 중 청소년 명의 계좌 여러 개를 확인했고, 이를 통해 청소년 도박 행위자 80명을 적발해 선도심사위원회에 연계 조치했다. 일부 도박사이트는 연예인 얼굴을 합성한 홍보 영상 등을 활용해 청소년 회원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로 밝혀진 도박사이트 112개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폐쇄했으며, 범죄 수익금 7억3000만 원을 환수하도록 국세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추가 공범, 연계된 도박사이트, 고액 도박 행위자를 지속적으로 추적 수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