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석방된 이스라엘 인질 19일 발효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1단계 휴전 합의에 따라 석방된 이스라엘 여성 인질 3명 중 에밀리 다마리(왼쪽 첫 번째)와 도론 스테인브레처(〃 두 번째)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 장병들의 안내를 받으며 헬기 탑승을 준비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제공 AFP 연합뉴스

■ 이·하마스, 인질-수감자 교환

이스라엘 무용수·간호사 등 풀려
팔 수감자 90명도 고향땅 밟게돼

인질명단 지연·가자폭격 재개 등
휴전 무산 우려 여전히 남아있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1단계 휴전 합의안에 따라 석방한 이스라엘 인질 3명이 가족들과 재회하는 순간 이스라엘 전역은 환호의 함성과 안도의 눈물로 뒤덮였다. 자국민 인질 석방의 대가로 이스라엘이 풀어준 팔레스타인 수감자 90명도 다시 고향 땅을 밟게 됐다. 다만 양측 인질과 수감자의 석방이 모두 당초 예정보다 수 시간 지연되는 등 불안한 과정을 보여 향후 휴전과 단계적 인질·수감자 석방이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석방된 여성 인질은 로미 고넨(24), 에밀리 다마리(28), 도론 스테인브레처(31) 등 3명으로 모두 전쟁 발발과 동시에 납치됐다.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고넨은 당시 친구들과 함께 차를 타고 도망치다가 모친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량은 나중에 빈 채로 발견됐고 그의 휴대전화 신호가 가자지구에서 잡혔다. 이스라엘인 아버지와 영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중국적자인 다마리는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토트넘 홋스퍼의 팬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는 납치되던 날 하마스 대원의 총격에 손가락 2개를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병원 간호사이자 이스라엘·루마니아 이중국적자인 스테인브레처는 납치 당시 부모와 지인들에게 전화와 메신저로 자신의 납치 사실을 알렸다. 하마스는 지난해 1월 그의 모습을 촬영한 선전용 동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풀려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 1단계 휴전 합의에 따라 이스라엘 인질 3명 석방에 맞춰 풀려난 팔레스타인 수감자들이 19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점령지역인 오페르에 위치한 군 교도소 앞에 주차된 적십자사 버스에 탑승한 채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이스라엘 인질들의 귀향은 하마스의 명단 제출 지연과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폭격 재개로 휴전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 직후 이뤄진 것이어서 더 극적이었다. 또 이들을 태우고 나올 예정이던 국제적십자사 차량이 가자지구 주민들 수천 명에 둘러싸인 영상까지 공개돼 돌발 사태 우려도 제기됐다. 이들은 복면 차림의 하마스 무장 대원들의 호위를 받으며 이스라엘군에 인계됐고, 공군 헬기를 통해 가자지구에서 텔아비브 외곽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 출입구에서 기다리던 시민들과 관계자들은 이들을 태운 구급차가 다가오자 일제히 환호를 터뜨렸다. 병원에서 15개월 만에 만난 인질들과 가족들은 눈물을 흘렸다.

이스라엘도 요르단강 서안과 예루살렘의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팔레스타인 수감자 중 선동, 치안방해 등 비교적 가벼운 혐의를 받는 90명을 풀어줬다. 이 과정에서도 석방이 지연되는 상황이 벌어졌는데, 이를 두고 이스라엘군과 수감자 이송을 담당하는 국제적십자사가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는 소동이 발생하기도 했다. 20일 오전 석방된 수감자들은 고향인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으로 돌아갔으나, 이스라엘군 병력이 곳곳에 배치된 탓에 주민들이 거리에 몰리거나 환호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한편 하마스는 앞으로 42일간 이어질 휴전 기간 이스라엘 인질 98명 중 이날 풀려난 3명을 포함해 총 33명을 석방할 방침이다. 석방 명단이 매주 금요일에 제시되고, 토요일마다 이들이 풀려나는 방식이다. 이스라엘군은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 수감자 30명 이상을 풀어주게 된다.

박상훈 기자 andrew@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