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앞으로 비타협 과격 노선을 버리고 타협 온건 노선을 걸을까.

김영훈 민노총 신임위원장이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에 참여키로 하고, 투쟁과 교섭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강경투쟁 위주의 민노총 기조가 온건노선으로 바뀔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김 위원장이 “쇠파이프를 버리고, 그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온 민노총을 연대·평등·평화를 추구하는 온건한 조직이라는 이미지로 바꾸겠다”고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노동계에 따르면 김영훈 위원장은 지난 3일 한국노사관계학회(회장 최영기) 초청으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한 음식점에서 열린 만찬 간담회에서 “앞으로는 쇠파이프를 버리고 민노총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국민의 신뢰를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열린 중앙집행위원회에서도 김 위원장은 “교섭과 투쟁노선을 병행하기 위한 일환으로 근면위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김 위원장의 발언을 일단 민노총이 강경투쟁 일변도의 전략에서 벗어나 투쟁과 교섭을 병행하면서 국민의 신뢰를 얻고, 실리도 챙기겠다는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일각에선 위원장 선거 과정에서 유연한 자세를 보여온 김 위원장이 온건행보를 본격화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민노총 내 주류인 국민파가 그간 민노총을 이끌어 왔고, 김 위원장이 선거 유세에서 이명박 정부와의 투쟁을 출마의 변으로 밝힌 점과 연관지어 투쟁 위주인 민노총의 기조가 큰 변화를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더 우세하다.

이보다는 과격 투쟁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와 시대적 변화 등 외적 요인에 의해 민노총이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민노총은 일단 근면위 참여를 통해 노조법 재개정을 위한 투쟁을 벌이는 한편 오는 27일 ‘1만 간부 총력투쟁 선포대회’를 개최하고 4월 이전까지 산하 모든 조직이 임단협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정호희 민노총 대변인은 “지도부 내에서 일부 온건 성향의 발언이 있다고 하더라도 조직의 생리상 민노총의 전체 흐름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