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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강남지역으로 향하던 신설 전시공간의 트렌드가 최근 강북으로 유(U)턴하고 있다. 2008년 상반기(1~6월)까지 미술시장 호황기엔 미술공간도 청담동을 비롯해 강남·서초구에 몰렸지만, 최근 미술시장이 위축된 뒤로 전통적인 미술가인 인사동과 연결되는 강북 지역에서 신설화랑의 개관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2일 상명대 입구 종로구 홍지동에서 문을 연 홍지갤러리를 비롯해, 올들어서만 통의동·가회동·안국동에 ‘팔레드서울’, ‘이윤신의 그릇, 이도’ ‘BB&M’이 개관기념전을 통해 새로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술가 최대 호황기였던 2007년말 강남구 청담동에 신설된 네이처포엠빌딩의 경우 별칭이 ‘갤러리빌딩’일 정도로 한때 강남 지역에 갤러리 개관이 붐을 이뤘다. 미술작품이 투자대상으로 급부상하면서 세계 유명브랜드 수요층인 강남 소비자들을 예비 미술품 컬렉터로 주목하며 강남 상권에서 미술마케팅이 활발히 펼쳐졌던 것.

미술평론가 정준모 국민대 초빙교수는 ‘2008년 하반기(7~12월) 이후 세계적인 불황 등을 이유로 국내 미술시장이 위축된 뒤 특히 강남지역에서 미술공간의 신설 붐이 주춤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처럼 강남지역 전시공간은 쇠퇴하고 있는 반면, 지난해부터 강북에서 새로운 갤러리 등이 문을 여는 등 강북을 중심으로 조심스러운 상승세가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술가의 강북시대를 재확인시킨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초 경복궁 건너편에 위치한 옛 기무사령부 터에 국립현대미술관의 서울관이 들어선다는 뉴스였다. 사간동·소격동·삼청동·팔판동 등의 북촌 지역은 2000년대 중반들어 미술관 화랑들이 밀집한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동네로 자리매김했지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설립 뉴스와 더불어 경복궁을 경계로 기존의 북촌뿐 아니라 통의동·효자동 등의 서촌지역으로 미술전시 공간이 확장됐던 것.

개관 38년을 맞은 ‘진화랑’과 사진전문 ‘대림미술관’이 위치한 서촌에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최근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이밖에 ‘쿤스트독’ ‘브레인팩토리’ 등 실험적인 작업을 발굴 소개하는 대안공간형 전시공간들이 들어섰다. 기존화랑 중 아트사이드와 시몬도 서촌에 새 전시장을 준비중이며, 학고재는 부암동 쪽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미술공간이 강북으로 회귀하면서 연희동·홍지동 등으로 미술지도가 확산되는 추세도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22일 ‘한국현대미술 5인’전을 막올린 홍지갤러리는 소리꾼 장사익씨의 아내인 고완선 ‘행복을 뿌리는 판’ 대표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한국·중국·일본의 현대미술을 집중 소개할 계획이다.

이밖에 연희동에는 미술작가 배준성씨의 동생인 배윤성씨가 지난해 봄 문을 연 연희동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지난 연말 미술애호가 조성지-성운 남매가 CSP111아트스페이스를 오픈했다. 조성운 CSP111아트스페이스 대표는 “연희동은 젊은 문화의 거리인 홍익대 및 신촌대학가와도 가까운 지역”이라며 “신생공간으로 기존의 미술가와 연결되는 지역 특성을 활용해 실험적인 작품을 적극 소개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북촌 가회동에도 도예가 이윤신씨가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인 ‘이윤신의 그릇, 이도’가 개관기념전으로 ‘그릇 2010-아름다운 우리그릇’전을 통해 새 모습을 드러냈다.

신세미기자 sse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