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반바퀴.

14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의 퍼시픽 콜리시움의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전. 파란 유니폼의 이정수, 성시백, 이호석이 나란히 줄을 이었다. 그대로만 들어온다면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한국 선수가 ‘금,은,동메달’을 모두 싹쓸이 할 수 있는 기분 좋은 순간이었다.

그런데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세번째로 들어오던 이호석이 추월을 시도하며 인코스로 파고들면서 2위에 있던 성시백과 충돌, 두 선수는 쭉 미끄러져 펜스에 부딪혔다. 순식간에 두 선수가 넘어진 가운데 이정수는 그대로 피니시라인을 통과했고 4,5위의 안톤 오노, 셀스키(이상 미국)가 2,3위로 둔갑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펜스쪽에 넘어져 있던 성시백, 이호석은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고 성시백은 주먹으로 땅을 내리치며 안타까움을 그대로 드러냈다.

쇼트트랙은 엄청난 스피드로 미끄러운 빙판을 가르는 종목인 탓에 경기마다 선수들끼리 걸려넘어지는 일은 부지기수, 그러나 결승전 막판 한 나라 선수 3명이 나란히 1,2,3위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이날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1,500m에 출전하는 이정수, 이호석, 성시백, 세 선수 중 누가 금메달을 딸지 전문가들의 예상도 엇갈리고 있었다. 그만큼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의 실력은 다른 나라 선수들의 실력을 넘어서는 수준이고 특히 1,500m는 1,000m와 함께 한국 선수들이 강세를 보이는 종목.

이정수가 현재 1,500m 세계랭킹 1위에 올라있기는 하지만 이호석 역시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당시 안현수에 이어 은메달을 차지할 정도로 저력을 갖춘 선수. 토리노올림픽 당시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내고 개인전에서는 은메달 2개만을 추가했던 이호석은 이번 올림픽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향한 강한 열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한순간의 무리한 파고들기는 또한번의 아쉬움을 남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노컷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