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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최전면에 있는 인사들 중에 정(鄭)씨 성을 가진 분들이 유난히 많다. 정운찬 국무총리와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정정길 청와대 대통령실장에 이어 정의화 의원이 한나라당 최고위원에 추대되고 세종시 여론수렴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공교롭게도 이들 네 사람은 세종시 수정이라는 과제를 공유하고 있다. 반대편에는 한나라당 집권을 위해 현재의 세종시법 통과 ‘총대’를 멨으며, 정치적 신뢰를 앞세워 세종시 원안 또는 원안+α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있다. 세종시 문제가 찬반 입장 차이를 넘어 파워게임 및 대선구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4정(鄭) 1박(朴)의 관계는 흥미진진한 정치 관전포인트의 하나다.

4정의 관계도 재미있다. 현존하는 정씨 본관은 30여개지만 모두 신라 형성의 주역인 6촌장 가운데 한사람인 지백호공(智佰虎公)을 시조로 모시는 동일 혈손이며, 이 때문에 전국 정씨 연합중앙회가 조직되어 있다. 하동정씨인 정몽준 대표가 현재 이 단체의 4대 총재다. 정운찬 총리와 정의화 최고위원은 영일(연일)정씨이며, 정 총리는 송강 정철선생(감무공파), 정 최고위원은 포은 정몽주 선생의 후계(지주사공파)에 속한다고 한다. 정정길 대통령실장은 경주정씨다. 4정이 모두 전문지식인·박사 출신이라는 점, 미국에서 공부했다는 점도 같다.

정감록에는 도읍지(수도)로 이씨 시대의 한양 다음으로 정씨 시대의 계룡산이 예언되어 있는데, 4정이 역으로 행정부의 충청 이전에 제동을 시도하는 것도 흥미롭다. 네 사람은 이래저래 손발이 잘 맞을 조건을 갖춘 셈이다. 그러나 친박계와 한나라당 소속 충청 단체장들이 세종시 원안고수를 외치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입장을 밝힐 예정이어서 한나라당은 폭풍권에 진입하고 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정(丁)세균 대표의 민주당 역시 4대강 사업 반대 당론에 대한 호남 단체장들의 이탈로 내홍을 겪고 있다.

정몽준 대표가 25일 “국회의원이 왜 299명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할 정도로 획일적 당론과 계파만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의정치의 이같은 왜곡으로 국론 분열이 악화된다면 세종시는 한나라당 충청 단체장들과 친박계 주장대로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추가 조치 없이 건설하고, 4대강 사업 역시 민주당 지도부 의견을 존중해 민주당 근거지의 강을 제외하고 시행하는 고육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용식 /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