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정몽준 대표 직속으로 꾸려질 당내 ‘세종시 여론수렴 특위’에 대해 “제가 얘기할 사안이 아니고 말할 상황도 아니다”고 못을 박았다. 세종시 수정에 방점이 찍힌 당내 특위 구성에 부정적 의사를 확실히 표명한 것이다.

이로써 박 전 대표는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수정론을 주장하는 여권 주류와는 다른 자신의 입장을 세 차례나 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여권의 세종시 논의가 본격 점화됐지만 세종시 수정을 두고 의견이 판이한 친이(친이명박)-친박(친박근혜)은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와 같은 형국이다.

박 전 대표는 9일 국회 대정부 질문 참석에 앞서 세종시 특위 참석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보도가 잘못됐다. 정 대표가 전화하셔서 특위 얘기를 하시기에 ‘그건 저와 상의하실 일이 아니다’고 했는데 엉뚱하게 보도가 됐다”고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앞서 정 대표측은 세종시 특위와 관련해 박 전 대표가 “알았다”고 말한 것으로 언론에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오늘 아침에도 (제가 정 대표한테) 전화를 드려서 지난번 통화도 그렇고 지난번(지난 9월 정 대표 취임 후 국회에서) 만났을 때에도 안한 얘기가 나가서 이렇게 되면 전화하기도 겁난다고 그랬더니 그렇게 얘기한적 없다고 그러시더라”고 말했다.

한편 정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세종시를 전담할 당내 기구 구성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모든 당원 동지가 적극 참여하는 공론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친박계는 참여 거부 의사를 표했다. 박 전 대표가 당 차원의 특위 구성에 대한 의견을 표하면서 박 전 대표를 중심으로 강한 응집력을 보이고 있는 친박계가 당내 논의기구에 참여할 가능성은 더욱 멀어졌다.

반면 친이계 의원들은 ‘세종시 수정’을 위해 세 결집에 들어갔다. 친이 정두언 의원은 “세종시 수정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자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친이 김용태 의원도 “세종시 문제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친이 의원들의 중지를 모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민진기자 waytog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