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세종시 수정안 마련 일정을 연내로 앞당길 방침인 가운데 세종시 성격도 기업, 교육, 과학, 문화 등 4~5개의 다기능 복합도시로 대폭 바뀜에 따라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및 정부 핵심관계자들의 의중이 ‘행정 도시’로는 가지 않겠다는 것으로 분명해지면서 대체 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당지도부의 어깨는 무겁다.

정부측 복안이 행정도시 성격의 백지화에 가깝기 때문에 2005년에 국회를 통과한 기존의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특별법’(세종시 법)을 폐기하고 대체입법을 통한 정면돌파식 해법밖에 없다는 분석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최고위 당직자는 9일 “자족도시로의 부가 기능이 아무리 덧붙여지더라도 그건 법개정 사안은 아니다”며 “하지만 9부2처2청 중 상당수가 옮겨가지 않는 방안이라면 법개정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친이(친이명박)계 한 주요당직자도 “장관고시로 몇개 부처를 내려 보내고, 다른 대안을 제시해 야당과 협상하는 방안은 이제 무망해지는 것 같다”며 “사실상 법개정밖에 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총리실을 내려 보내지 않을 경우면 중요부처를 최소한 3~4개는 내려보내도 행정중심도시라고 주장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현재는 부처를 거의 내려보내지 않겠다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 개정을 통한 세종시 변경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데 당 지도부의 고민이 있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의 반대는 고사하고,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50~60명의 친박(친박근혜)계 의원이 반대하는 마당에 법안 통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 지도부는 세종시 수정안이 얼마나 충청권 여론에 먹힐지가 향후 법개정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고 입을 모은다. 9부2처2청이 옮겨가지 않더라도 충청권에서 “그만하면 됐다”는 대안이 나온다면 정치권의 반대여론도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친박은 물론 친이계 상당수 의원들도 충청권 여론을 호의적으로 바꿀 정부측 대안이 나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 친이계 핵심 의원은 “부처이전을 하지 않으면서도 충청권이 받아들일 수 있을 대안이라면 추상적인 과학비즈니스벨트 같은 얘기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현찰’같은 대안이 필요하다”며 “삼성이나 LG가 내려가고, 서울대가 공대 등 단과대가 아니라 대학 전체가 내려가야 하는데, 지금까지도 없던 안을 불과 두 달 만에 만들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세동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