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비해 국내 처음으로 노조 조직을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업무중복을 없애고, 전임자수를 줄여서라도 노조를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운영한다는 기업형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5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위원장 오종쇄)에 따르면 12월부터 현재의 총무, 기획 등 12개 부서를 통폐합해 정책기획실, 재정지원실 등 7실, 1연구소 체제로 운영하기로 했다. 노조는 이 같은 조직 개편과 관련, 곧 시행될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비, 노조의 자생력을 기르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일단 현재의 전임자 55명을 7개실 1연구소로 배치해 노조를 운영하면서, 전임자간의 중복업무를 축소하되 전문성을 높이는 과정을 밟기로 했다.

현대중 노조의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따른 이 같은 대응은 조합비 인상을 통한 수입구조개선이 아니라, 스스로의 구조조정과 예산 지출을 통해 자립성을 확보하겠다는 점에서 더욱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현대중 노조는 현재 기본급의 0.9%였던 조합비를 2% 수준으로 인상하면 노조에서 전임자에 대한 임금을 지급해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조합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조합비는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임석 노조 기획부장은 “노조 스스로 임금을 지급할 경우 예산 부족으로 노조의 사업 축소가 불가피한 만큼 우선 조직 통폐합을 통해 예산을 절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외에도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인한 시행착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 = 곽시열기자 sykwa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