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마도1호선’에서 인양된 ‘대장군김순영댁상전출조일섬(大將軍金純永宅上田出租壹石)’이라는 똑같은 내용이 적힌 죽간 6점 중 3점. 같은 배에서 인양된 목간과 죽간에 기록된 간지 및 날짜와 함께 절대연대를 밝히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됐다. 심만수기자 panfocus@munhwa.com

지난 6월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도 앞바다(Ⅰ구역) 수중에서 발견된 ‘마도1호선’(제2태안선)은 800년 전 지금의 호남지방에서 수도 개경(개성)에 살고 있는 관직자에게 토지에서 나온 세금 등 여러가지 물건을 올려 보내던 운반선으로 밝혀졌다.(문화일보 2009년 6월9일자 9면 참조)

1207년 겨울에서 1208년 초에 걸쳐 해남·나주·장흥 일대에서 지방 향리 등이 보낸 곡물류와 젓갈류, 도자기 등을 싣고 대장군(大將軍·고려시대 종3품 무관직) 김순영(金純永)과 별장(別將·정7품 무관직) 권극평(權克平) 등 개경의 관직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항해 도중 이곳에서 침몰한 배란 것. 이 같은 사실은 ‘마도1호선’에서 인양된 목간 16점과 죽간 48점에 선박의 선적·출항일자, 발신지(자), 수신자, 화물의 종류와 수량 등이 기록돼 있어 밝혀졌다. 대나무에 글을 적은 고려시대 죽간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성낙준)는 4일 오전 서울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브리핑을 하고 “지난 4월26일부터 마도 앞바다에서 실시된 수중발굴조사 결과, 여러 종류의 곡물과 도자기, 죽제품 등 1400여점을 수습했으며 길이 10.8m, 중앙 폭 3.7m 규모인 ‘마도1호선’을 현재 인양 중”이라고 밝혔다.

‘마도1호선’에서 발굴된 목간과 죽간 64점을 통해 배와 유물의 절대연대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게 이번 수중발굴의 가장 큰 성과다. 이들 목간과 죽간에서 화물의 선적 일자로 보이는 정묘(丁卯) 10월, 12월28일, 무진(戊辰) 정월, 2월19일 등의 간지와 날짜가 확인됐다.

또 “대장군 김순영 댁에 토지에서 나온 벼 1섬을 올린다(대장군김영순댁상전출조일섬·大將軍金純永宅上田出租壹石)”는 똑같은 내용이 적힌 죽간 6점(길이 34㎝·너비 2.4㎝)이 발견됐는데,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김순영이 1199년 장군으로 승진한 사실이 나온다. 김순영은 1199년 이후 대장군으로 승진한 것으로 추정되며, 그가 장군에 오른 1199년 이후의 정묘, 무진년은 각각 1207년과 1208년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마도1호선’은 1208년 2월19일 이후 개경으로 출항한 것임을 알 수 있게 됐다.

‘마도1호선’은 기존에 발견된 청자운반선과는 달리, 조(租)·백미(白米) 등의 벼, 조(속·粟), 메밀(목맥·木麥), 콩(태·太), 메주(말장·末醬) 등의 곡물을 주로 운반한 배로 확인됐다. 이밖에 승반(받침접시)과 2개의 투각받침대가 묶음으로 나온 청자 상감 표주박모양 주전자도 이번 발굴에서 주목되는 유물이다.

최영창기자 yc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