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평균수명이 높아진 만큼 피고인이 고령이라고 해서 감형해주는 사법부 기존 관행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법원은 ‘고령’ 자체가 양형인자는 아니지만 정상참작 사유로 보고 관행적으로 감경조치를 취했지만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영갑 변호사는 “기존에는 60대 중반이면 대체로 형을 감경해 줬는데, 이제는 감형 기준 연령대를 70대 중반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손해배상액 산정시 가동연한을 55~60세로 보고 있는데, 10년은 높여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의견”이라며 “형법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7월부터 적용중인 양형 기준에 따르면 ‘고령’은 특별·일반 양형 요소에 포함돼 있지는 않지만 살인미수죄와 성범죄의 경우 집행유예 참작 사유 가운데 일반 참작 사유중 긍정적 참작 사유 항목의 하나에 해당된다. 나이가 많으면 상대적으로 재범 위험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하태훈(법학) 고려대 교수는 “국민들의 평균수명이 70대 중반에서 많게는 80대에 이르는 만큼, 예전처럼 60세 이상을 무조건 노인으로 판단해 형을 감경해주는 관행에 변화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도 “평균수명이 짧던 수십년 전에는 50세 이상만 돼도 고령으로 봤지만 최근에는 60세 이상일 경우 판결시 고령 참작기준으로 본다”며 “고령을 이유로 형을 줄여주는 재판부의 관행은 분명 바뀔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노인 범죄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노인에게 형 집행을 엄격히 하자는 것에 대해 신중론도 없지 않다.

표창원(범죄심리학) 경찰대 교수는 “사회적 갈등이 심한 가운데 노인 범죄 한두 건을 갖고 감경 사유에서 ‘고령’을 제외하자고 하는 것은 노인계층 전반에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논의여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권로미·김병채기자 rom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