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인질’ 같은 증인들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장에 공무원 등 관계자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김선규기자

국회의원들은 지금 ‘국정감사 20일 세일즈’에 한창이다. 1년중 20일간 국감 실적으로 이름을 높이려는 의원들의 노력이 필사적이다. 정부 각부처와 산하기관 공무원들은 추석전부터 모든 개인일정을 취소하고 밤새워 국감을 준비하느라 눈코 뜰새가 없다. 국정감사 20일 동안 국정 업무는 사실상 ‘올스톱’이다.

2009년 국정감사 3일째인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의사당 본청 1층 기자실 앞. 30m가 넘는 복도 양쪽의 탁자 위에는 의원 보좌진이 상임위별로 자료를 배포하며 다른 의원들 자료보다 눈에 띄는 곳에 두려고 신경전을 벌였다.

국회출입기자들의 e메일에는 갑자기 지난 4일밤부터 200~300통의 의원 e메일이 쌓인다. 오전 10시부터 13개 상임위별 국정감사가 국회 폐쇄회로(CC) TV로 생중계되면 문화일보를 비롯한 각 언론사 부스는 정신이 없다. 의원들은 상임위별로 경쟁하듯 목소리를 높이지만 정작 주목을 끄는 곳은 쟁점현안이 있는 한두곳의 상임위 국감장뿐이다.

여당의 한 중진의원 보좌관은 “모든 상임위가 한정된 시간 동안 동시 감사를 벌이면서 저마다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서 애쓰다 보니 의원들이 스스로를 덤핑세일하는 기분도 든다”고 말한다.

반면 과천청사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한꺼번에 몰려드는 자료 요청, 답변 요청으로 다른 업무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사회부처의 한 차관보급 간부는 “국정감사때 정상업무를 처리하다가 국감에서 터지면 자리 보전하기 힘들다”며 “20일 동안은 죽어라고 국회만 바라보고 있는것이 상책”이라고 말했다.

김형오 국회의장은 지난 5일 “국정감사는 88년 민주화와 함께 (군부독재권력으로부터) 되찾은 권리지만 20여년이 흐른 지금에 와서도 모든 의원이 동시 국감에 돌입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1년 내내 상임위별로 국감을 진행해 행정공백과 피로감을 줄이고 국감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상시국감 체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대한민국 국회는 상반기 내내 미디어관련 법 ‘투쟁’등에만 몰두했고 급기야 야당은 장외투쟁으로 시간을 보냈다.

1년내내 국정감사를 할 수 있는 기회는 허송하고 10월에 와서야 20일 ‘반짝’ 국감을 하는 체질에 여야 모두 익숙해졌다. 군사독재권력이 말기까지도 국회의 행정부 견제권한을 제한하기 위해 짧은 기간에만 허용했던 연례국감에 야당조차 익숙해진 꼴이다. 지난 9월초 여야 원내대표간 협상에서 여당이 국정감사를 9월에 하자고 제안했을 때 야당은 관례대로 10월에 하자고 주장할 정도다.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원장을 지낸 심지연(정치외교학) 경남대 교수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국회가 짧은 기간 내에 방대한 정부부처 기관을 감사하려다 보니 심도 있는 감사보다 한건 위주, 한탕 위주가 많고 정부도 국감기간만 피하면 된다는 안일주의가 생긴다”며 “상임위별 연중상시감사를 하면 국회의 행정부 견제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두·윤석만기자 choihd@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