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이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12년으로 확정된 후 사회적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뒤늦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나라당은 1일 법정 최고형을 15년으로 정한 ‘형법 42조’ 삭제를 검토하는 동시에 성범죄 예방 및 처벌에 관한 종합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미국은 흉악한 살인범이나 강간범의 경우 징역 100년, 200년 선고도 할 수 있다”며 “현행법은 30년, 40년을 선고할 수 없게 돼 있어 유기징역 상한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안 원내대표는 특히 “비인간적 비인도적 범죄, 흉악 범죄인에게 무기를 선택하거나 유기상한을 둔 42조를 삭제해 탄력적으로 형량을 선고하는 것이 타당하다. 법사위 의원들에게 이 부분을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진수희 여의도연구소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보고에서 “성범죄 피해자의 형평성과 예방이 중요해 당 차원에서 추진할 일이 몇 가지 있다”며 ▲‘유전자 신원확인 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유전자은행법) 마련 ▲전자발찌 착용 대상 확대 ▲성범죄자 정보 열람 기간 연장 ▲출소 성범죄자의 격리수용 등을 제안했다. 유전자은행법은 성범죄자의 유전자 정보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지난 5월 법무부가 입법예고했다.

이 법은 1994년과 2005년에도 추진됐으나 인권침해 등을 이유로 일부 시민단체가 반발해 무산됐다. 같은 당 주성영 1정조위원장도 이날 전화통화에서 “술에 취했다고 감형하는 법원의 온정주의가 문제”라며 “우리나라 법질서가 무너진 것에는 법원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의 인권이 보호되도록 엄정한 판결이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낙균(민주당) 국회 여성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성명에서 “이번 판결은 아동 성범죄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의 법감정과는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성폭력 상황에서 음주는 감경요소가 아니라 오히려 가중처벌로 다루는 것이 피해를 예방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우윤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료에서 “성폭행 사범 중 실제 정식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10명 중 3명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검찰 기소단계에서부터 성폭력사범을 관대하게 처분한다는 비판이 있는데 성폭력 범죄에 대한 일벌백계의 교훈을 줄 필요가 있고 특히 어린이 성폭행의 경우에는 더더욱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앞서 30일 오후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이런 반(反)인륜적 범죄자가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며 “그런 사람들은 평생 격리시키는 것이 마땅하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마음이 참담하다”고 말했다.

윤석만기자 sa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