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나영이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진 것은 지난해 말 경기 안산에서였다.

그해 12월11일 아침 이른 시간 범인 조모(57·무직)씨는 등교하던 나영이를 근처 상가건물 화장실로 끌고 가 목을 조르고 마구 때려 기절시킨 다음 성폭행했다. 조씨는 범행 후 나영이가 기절해 쓰러져 있는데도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화장실 바닥에 수돗물을 틀어놓고 달아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나영이는 성기와 항문 등이 훼손돼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야 할 처지가 됐다. 당시 사건으로 나영이는 의료진으로부터 장기의 80%가 영구적으로 손실돼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조씨는 나영이 가족의 신고로 붙잡혔고,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지난 3월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은 평생 지울 수 없는 고통과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면서 조씨에게 징역 12년에 전자발찌 부착 7년, 신상정보 열람 5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당시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조씨가 범행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점을 감안해 형량을 낮춰 선고했다. 현행법상 술에 취한 것은 심신미약이라는 이유로 법에 정해진 한도 안에서 감형해줄 수 있다. 이 판결은 서울고법에 이어 9월24일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경기 안산단원경찰서 수사경찰들은 조씨에게 움직일 수 없는 증거를 들이댔으나 조씨는 형사들을 비웃듯 “교도소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나올 테니까 그때 보자”며 오히려 위협까지 했다고 전했다. 심지어 집안에서 압수한 옷가지와 신발에서 나영이의 혈흔이 나왔는데도 조씨는 죄를 시인하고 뉘우치기는커녕 반성 기미도 전혀 없었다고 파렴치한 태도에 혀를 내둘렀다.

당시 안산단원경찰서 형사과장으로 사건을 지휘한 나영민 광명서 형사과장은 “집안에서 압수한 옷가지에서 나영이 혈흔이 나오는 등 증거가 명백한데도 끝까지 혐의를 부인했을 뿐 아니라 시종 뻔뻔한 태도를 보였다”고 조씨를 기억했다.

경찰과 검찰 조사 결과 조씨는 1983년 강간치상으로 3년을 복역하고 폭력전과 등 14범으로 7년4개월의 수형생활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채현식기자 hscha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