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가을 한국영화 기대작 중의 하나인 ‘내 사랑 내 곁에’가 15일 오후 첫 시사회를 열고 그 모습을 드러냈다. 휴먼 멜로드라마에 일가견이 있는 박진표 감독이 김명민, 하지원과 함께 만든 사랑 이야기라고 해서 제작 단계에서부터 관심을 끌어 왔다.

제작진이 ‘박진표의 휴먼 드라마 3부 완성작’으로 부르는 이 작품은 주제로만 보면, 그의 전작들인 ‘너는 내 운명’에서의 절절한 사랑과 ‘그 놈 목소리’에서의 애끊는 가족애를 합쳐 놓은 듯하다. 박 감독은 루게릭병에 걸린 환자들과 그 가족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함으로써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피어난 인간애의 울림을 애틋하게 전했다.

이 영화는 박 감독의 이전 두 작품에 비해 눈물을 최대한 절제했다가 막판에 폭포수처럼 끌어내는 방식을 택했다. 극적 효과를 높이기 위한 특별한 수사적 장치 없이 정통 드라마 기법으로 관객의 감정선을 한껏 끌어올렸다. 그럴 수 있는 힘은 휴머니티에 대한 박 감독의 굳센 믿음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는 “루게릭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고 했다.

‘내 사랑 내 곁에’를 특별하게 가치 있게 만든 것은 무엇보다 배우들의 걸출한 연기다. 남자 주인공 백종우 역을 위해 체중을 20㎏이나 줄였던 김명민은 루게릭병에 걸려 죽음과 싸우는 환자 그 자체였다. 치명적인 체중 감량을 시도한 그의 연기 열정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인 리얼리티를 오롯이 살렸다.

극중에서 종우를 사랑하는 장례지도사 지수로 나오는 하지원은, ‘해운대’를 통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한 당대 최고의 스타답게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였다. 그는 “사랑은 다 태워버리는 거거든”이라고 말하는 자신의 캐릭터처럼 모든 것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였다. 나날이 죽음에 다가가는 종우의 정신을 붙들기 위해 때론 상큼한 춤과 노래를, 때론 진한 애정 공세를 펼치는 지수의 모습은 안타깝고도 매혹적이다. 막판의 눈물 연기는, 하지원의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며 사랑의 숭고함에 대한 긴 여운을 준다.

종우와 함께 6인실 병동을 쓰는 루게릭병 환자들의 가족으로 나오는 임하룡, 남능미, 신신애는 다소 밋밋하게 흐르는 이 영화에 입체감을 불어넣는다. 특히 임하룡은 웃으며 울리는 특별한 재능을 지닌 배우임을 새삼 증명한다.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한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멤버 손가인, 한마디의 대사도 없지만 환자 연기를 위해 삭발을 감행한 임성민 등도 주목할 만하다.

장재선기자 jeije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