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임진강 참사와 관련, 군 합동참모본부와 연천군청, 국토해양부 산하 수자원공사 등 군·관, 지자체의 안이한 대응과 협조체제 미비가 사태를 더욱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책임자 처벌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초 상황 보고를 받은 합참 지휘상황실은 임진강변에서 훈련중이던 부대에 대피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필승교에 설치된 수위측정감지시스템이 정상작동돼 연천군청에 제대로 전송됐음에도 당직자는 폐쇄회로(CC)TV를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해양부 산하 수자원공사가 홍수피해방지를 위해 설치한 무인 자동경보시스템은 불통됐다. 군·관, 지자체 재난방지지스템 중 하나만 정상 작동됐다면 인명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무사안일한 대응태세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대피명령 등 사후 대응 미비로 임진강변에서 훈련중이던 10여대의 전차와 장병 50여명 등 전차부대원들이 수몰될 뻔했으나 훈련부대 초병의 보고에 의해 참변을 모면했다. 임진강 최북단 필승교의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을 이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육군 모사단 경계병이 처음 발견하고 상부에 보고한 것은 오전 3시쯤. 이 부대는 수위가 계속 올라가는 상황이 실시간으로 군단사령부와 합동참모본부 군사상황실에 보고됐다. 군관계자는 “하위부대의 보고는 정상적으로 이뤄졌으나 군사상황실에서 인근 부대의 훈련 유무등을 파악하고 대피명령을 내렸어야 했는데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연천군청과 한강홍수조절통제소 당직자의 근무태만도 참변의 또다른 원인이다. 2002년 10월1일 연천군과 관할 군부대간 협약에 의해 필승교에 설치된 수위측정감지시스템 데이터는 연천군청 CCTV에 정상적으로 전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연천군청에는 당직자가 필승교 수위 변화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도록 CCTV 모니터까지 설치됐으나 아무런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수자원공사의 무인 자동경보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미 강물이 불어나 야영객 5명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간 지 1시간이 훌쩍 지나서 경보방송을 하는 등 늑장대응했다. 무인 자동경보시스템은 필승교 수위가 오르면 곧바로 연천군과 수공, 어민들에게 문자발송 서비스와 경보방송으로 전달되지만 필승교 수위가 3m를 넘어선 지 4시간이 지난 오전 6시50분쯤 수동 조작을 통해 작동됐다.

정충신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