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민주개혁 진영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움직이는 야권 정치인의 행보가 눈에 띈다.

민주당으로 복당을 노리고 있는 정동영 무소속 의원은 ‘너무 빠른’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반면 10월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가 점쳐지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여전히 ‘장고 중’이다. 야권통합론을 놓고 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은 일괄통합을 주장하며 정세균 대표와 각을 세우고 나섰고 이에 대해 정 대표는 단계적 통합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박 최고위원 등을 비롯한 당 안팎의 반발에 맞서고 있다.

정 의원은 김 전 대통령 서거 정국에서 작심하고 ‘상주 노릇’을 했다. 18일 미국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NPC)에서 당초 김 전 대통령이 하기로 했던 연설을 대신 맡는 등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용산 참사 현장을 매주 찾는 등 정치 현안이 있는 곳마다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정 의원의 행보에 김 전 대통령 빈소에서 상주 역할을 놓고 다른 인사들과 부딪히는 모습을 보이는 등 ‘너무 빠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야권 관계자는 4일 “너무 빨리 성공했고 또 비판받았던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수원 장안 지역이 10월 국회의원 재선거 대상지가 될 경우 민주당 유력후보로 거론되는 손 전 대표는 너무 느리다는 평을 받고 있다. 손 전 대표는 “3선까지 한 사람이 (국회의원) 배지따라 쉽게 몸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장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무엇보다 승리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손 전 대표는 측근들에게 “지시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고만 밝히고 있다.

박 최고위원은 작심한 듯 민주개혁진영 통합을 놓고 정 대표와 각세우기에 나서고 있다. 박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모든 정치세력이 조건 없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제3지대에서 일괄 동시 통합해야 한다”며 정 대표의 소위 ‘단계적 통합론’을 비판했다. 연일 소속 의원들의 갖은 비판에 직면한 정 대표는 다음주부터 의원들과 연쇄 회동을 하고 의견을 수렴하는 등 당내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민병기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