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말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최근 해빙 국면을 맞으면서 통일부가 모처럼 바빠졌다. 그러나 통일부는 남북행사와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남북 적십자회담 마지막 날인 28일 브리핑에서 기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전날인 27일 남측 대표단이 적십자회담 합의서에 국군포로·납북자 문제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밝혔다가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자 직접 일부 언론사에만 해명하는 등 혼선을 빚었다. 정부가 남북회담이 열리면 회담에 영향을 주는 무분별한 보도를 막기 위해 현장 공동취재단을 통해 창구를 일원화했으나 이런 관행을 깨면서 언론보도에 차질이 빚어졌다.

통일부는 이번 남북 적십자회담의 형식을 규정하는 데에서도 ‘헤매기는’ 마찬가지였다. 언론들이 이번 회담이 개막한 26일부터 2007년 11월 제9차 남북 적십자회담에 이은 ‘제10차 남북 적십자회담’으로 규정했는데, 회담이 끝나는 28일 난데없이 차수 표기 없이 ‘남북 적십자회담’으로 해달라고 공식 요청한 것. 김대중·노무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해 ‘남북 적십자회담’으로 칭하고, 다음번에는 ‘2차 적십자회담’으로 하겠다는 의도였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21~23일 서울을 방문한 북측 ‘김대중 전 대통령 특사 조의방문단(조문단)’ 경호에서도 기본 수칙마저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북측 인사는 최고급 경호대상인데도, 21일 이들의 국회 방문때 관계부처와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경호 라인이 무너져 일반 조문객이 북측 조문단 동선에 그대로 노출됐고, 북측이 가져온 조화를 누가 운반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도 관계 기관간에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