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인택 통일부 장관과 북측의 ‘김대중 전 대통령 특사 조의방문단(조문단)’이 22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첫 고위당국자 회동을 함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특히 이번 회동은 북측이 남북관계의 선결현안이었던 개성공단 억류근로자 유성진씨를 지난 13일 석방하고 남북관계 1단계 차단조치였던 ‘12·1조치’를 지난 20일 사실상 전면 해제하는 등의 해빙무드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북·미관계 개선 행보와 함께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회동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이뤄졌기 때문에 과거 통상적인 남북 당국간 회담과 달리 사전 의제조율 등을 거의 못했다는 것이 정부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남북 양측은 이번 회동에서 남북관계의 핵심 쟁점인 6·15공동선언과 10·4선언 이행에 대한 입장 차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 공식 특사 파견 또는 장관급 회담 등 정식회담을 통해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방안에 대해 초보적인 공감대를 교환할 수도 있다.

북한은 이미 개성공단 억류 유씨 문제 해결, 북한의 육로통행제한·차단 조치 해제에 이어 북에 나포된 ‘800 연안호’ 선원들의 귀환 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긍정적인 언급을 통해 남북간의 현재 걸림돌을 일정정도 치우기 시작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측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이뤄진 남북공동선언이행 문제 등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할 수도 있다.

논의 과정에서 북측은 6·15, 10·4선언의 전면 이행을 주장하고 우리 정부도 ‘두 선언을 존중은 하지만 북핵 문제와 연계해 조건부로 이행한다’는 기존 입장으로 맞설 경우 양측 논의는 실질적 진전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취임 이후 대화다운 대화 한번 하지 못한 남북의 핵심 당국자들이 관계 재정상화 등에 대한 솔직한 입장을 교환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정부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실질적인 협의는 소관업무와 직급 등을 감안할 때 현 장관과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간에 이뤄질 공산이 크다. 이미 북측 조문단에 대남 정책의 실무 총 책임자인 김양건 부장이 포함됐을 때부터 우리 당국자와의 면담 성사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다. 또 북측 단장인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는 21일 국회 빈소에서 조문을 한 뒤 우리측 여야 국회의원, 홍양호 통일부 차관 등을 만난 자리에서 “다 만나겠다. 만나서 이야기하자”며 적극적인 대화의사를 피력했다.

그러나 이날 만찬 전까지 북측은 우리측 정부 당국자와의 면담을 공식적으로 요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보영·방승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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