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1~22일 김대중 전 대통령 ‘특별 조의방문단(조문단)’을 보낸다고 통보하면서 남측 정부는 따돌리고 유족측과 ‘직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7일 현대그룹과의 남북경협사업 합의에 이어 조문단 파견에서도 민간채널만 이용하는 ‘통민봉관(通民封官)’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 북한이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감지된다고 해석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측 방문을 승인할 예정이지만, ‘남남갈등’ 방지를 위해 향후 대북 창구를 정부로 단일화하기로 원칙을 정했다.

북한은 19일에 이어 20일에도 김대중 평화센터에 팩스를 보내 조문단 5명의 명단과 서해 직항로를 통한 항공기 이용 계획을 통보했다. 남측 정부가 이미 19일 오후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김 전 대통령 장례절차를 ‘국장’으로 하겠다고 결정했음에도 불구, 여전히 민간채널을 이용한 것이다. 북한이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라는 민간단체를 내세우기는 했지만, 국가가 주관하는 ‘국장’에 조문단을 파견하면서 정부 당국에 통보하지 않은 것은 형식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대그룹이 지난 17일 북측과 ‘월권’ 합의를 해온 점을 감안할 때, 북한이 ‘통민봉관’을 의도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일단 북측 조문단 방문은 허용하겠지만, 북한의 ‘남남갈등’ 유도는 철저하게 차단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북측의 이번 조문단 파견은 기존의 유일한 사례였던 2001년 3월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사망 당시와는 다르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당시는 민간인 사망에 대한 조문이기 때문에 현대아산을 통한 방문 승인 요청이 가능하지만, 김 전 대통령의 장례는 국장이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의 조문은 수용한다”면서도 “협의 창구는 정부로 단일화하되 남남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행위는 불용한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이날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를 단장으로 한 조문단을 21~22일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조문단에는 김 비서 외에도 대남정책 책임자인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원동연 아태평화위 실장 등 5명이 포함돼 있다.

김기남 비서는 올해 1~7월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가장 많이 수행한 최측근 인사로, 김 위원장의 대남 메시지를 들고 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선전선동 대가로 알려진 김 비서는 2005년 입원 중인 김 전 대통령을 병문안하기도 했으며, 노동당 서열 10위안에 꼽히는 인물이다.

신보영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