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질곡의 삶을 살았던 1970~1980년대 세계 각국에선 김 전 대통령 같은 지도자들이 정권에 항거해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켜냈다. 이들 중에는 이미 작고한 지도자들도 있지만 여전히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싸우는 인사들도 있다. 특히 이들 인사들의 상당수는 김 전 대통령과 같이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수감과 가택연금 등이 반복된 김 전 대통령과 가장 닮은꼴의 지도자는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 여사다. 그는 미얀마 군부정권에 맞서 비폭력운동을 전개했다는 이유로 20년간 가택 연금 생활을 하고 있어 현재 국제사회에서 동정론이 일고 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은 생전에 수치여사의 연금해제를 위해 앞장서왔다.

체코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고자 옛 소련 독재정권에 항거한 바츨라프 하벨 전 대통령은 한마디로 ‘낭만적인 영웅’이다. 1948년 공산정권 수립 후 유산계급적인 배경 탓에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택시기사 등 막노동을 하면서 그는 어렵게 작가의 길로 들어서 소련군의 체코 침공에 항거해 1989년 11월 ‘벨벳혁명’을 이끌어 41년간의 공산정권을 무너뜨리고 1993년 체코 역사상 처음으로 비공산주의 대통령에 당선돼 14년 동안 재임했다.

넬슨 만델라 전 남아공 대통령도 1940년부터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맞서 흑인인권운동가로서 일생을 보냈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27년간의 수감 생활 이후에 빛을 발한다. 그는 1991년 7월 아프리카 국민회의 의장으로 선출된 후 백인정부와 협상을 벌여 350여년에 걸친 인종분규를 종식시켰다. 필리핀 민주주의의 어머니 고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도 있다.

이현미기자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