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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바위 얼굴’의 정기를 받아 태어나신 ‘큰 어른’이 돌아가셨으니…. 이제 그 분 생각나면 찾을 곳이 ‘큰 바위 얼굴’밖에 없네요.”

20일 오전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 만난 박상명 하의면 부면장은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마음의 정처를 잃은 듯 회한 가득한 얼굴로 ‘큰 바위 얼굴’ 얘기를 꺼냈다.

‘큰 바위 얼굴’이란 하의면사무소에서 차를 타고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15분쯤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죽도(竹島)라는 바위 섬. ‘대섬’이라고도 불리는 이 섬의 높이 20여m에 이르는 동쪽 절벽이 영락없는 사람의 옆 얼굴을 하고 있다.

특히 주민들에게 대대로 이 바위에 얽힌 전설이 전해지면서 ‘큰 바위 얼굴’은 하의도 주민들에게 이곳에서 ‘큰 인물’이 나올 것이라는 믿음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전설에 따르면 옛날 하의도 피섬마을(어은리) 뒷산에 한 고승(高僧)이 암자를 짓고 덩치 큰 수사자를 키우며 수도에 정진했는데, 앞 산에서 큰 범이 자주 출몰해 가축은 물론 인명까지 해치는 일이 일어나곤 했다. 이에 고승과 사자가 나서 범을 물리쳤지만 이 과정에서 고승은 큰 부상을 당해 18일 만에 세상을 떠났고, 사자도 슬픔을 이기지 못해 울부짖다 죽었다. 마을 사람들이 의롭게 죽어간 고승과 사자를 양지 바른 곳에 묻어주려 하자 하늘에서 사천왕이 내려와 “때가 되면 온 천지를 평안케 할 큰 인물이 나타날 것”이라며 이들의 시신을 안고 사라졌고, 이후 죽도에 ‘큰 바위 얼굴’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지난 4월 생전 마지막으로 하의도를 찾았을 당시 김 전 대통령은 “‘큰 바위 얼굴’이 나를 닮지 않았느냐”며 ‘큰 바위 얼굴’이 보이는 해안도로에서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박우량 신안군수는 “하의도 주민들은 김 전 대통령이 ‘큰 바위 얼굴’의 전설에 따라 태어난 영웅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이렇게 돌아가셨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신안 = 글·사진 박준희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