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가 이념과 계층, 지역갈등을 해소하는 사회통합의 촉매제로 작용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재 조성되고 있는 서거 정국은 김 전 대통령이 남긴 ‘화해와 용서’의 화두를 이어갈 수 있는 계기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등을 돌린 채 반목했던 정치권 당파간에 화해를 모색하는 흐름이 이미 나오고 있고, 보수와 진보 진영 양측에서 공히 사회통합 과제의 막중함에 대한 같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청와대의 경우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8·15경축사를 통해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따뜻한 자유주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직속으로 ‘사회통합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조치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20일 “이달 말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를 수 있는 분들로 위원장과 위원을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회통합은 당위성 차원의 논의보다 구체적인 방법론을 통해 해결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학계는 접근하고 있다. 이정희(정치학)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이날 “지역갈등, 계층갈등, 소득불균형, 교육불균형 등이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분열상”이라며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지역갈등 구조를 극복할 수 있는 선거구제 개편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교육, 소득불균형은 갈등의 요인을 찾아 제도적으로 개선하는 정책방향을 찾고 해결하는 쪽으로 정부가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박효종(정치학) 서울대 교수는 “사회분열, 갈등의 원인이 제도였다면 그 제도를 바꿔야 하고, 원인이 문화와 관행에 있다면 이를 개선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찾아가야 한다”고 방법론을 제시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김 전 대통령의 장례형식을 국장으로 결정한 것도 유가족의 뜻을 존중하는 의미와 함께 사회통합의 의의를 찾고자 함이다”고 설명했다. 박형준 홍보기획관은 나아가 “정치와 사회에서 양극화, 편 가르기 해소가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며 “분열된 사회가 아니라 하나의 구심점을 향해 모이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통합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방법으로 서민을 따뜻하게,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실용적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김우창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중산층이 많아지는 것은 사회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유지하는 현실적 방안일 것”이라고 평가한 뒤 “싫든 좋든 좌우를 하나로 합치고 묶어 그 안에서 해답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향후 대통령직속기구로 출범하게 될 사회통합위는 보수, 중도, 진보 등 이념을 떠나 50명 안팎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청와대측은 “사회통합위에서는 우리나라 갈등을 해결할 대안과 제도개선, 새로운 문화형성 등을 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주요 의제로는 일단 사회갈등해소, 차별요소 제거, 양성평등 구현 등이 설정돼 있다.

김상협·방승배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