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다 풀려난 유나 리(Euna Lee·한국계·36)와 로라 링(Laura Ling·중국계·32), 그리고 이들의 석방에 기여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단연 화제의 주인공이었다.

두 여기자는 5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서북쪽 버뱅크의 밥호프 공항에 도착한 뒤 환영행사를 치르고, 모처럼 가족들의 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계인 유나리는 하루종일 가족과 집에서 머물렀다.

미 언론은 두 여기자가 북한에서의 생활과 대우에 대해서는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로라 링의 언니 리사 링은 “다소 약해져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리사 링은 “두 사람이 평양에서 따로 떨어져 지냈고, 재판을 받던 어느날 만나 서로 껴안고 반가워했다”고 말했다. 로라 링은 집으로 돌아와 “북한에 있을때 밥에 돌이 있었다”면서 “신선한 과일과 음식, 쓰시로 저녁을 먹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5시 50분(이하 미국 서부시간)쯤 밥호프 공항에 도착, 유나 리와 로라 링이 차례로 트랩을 내려왔다. 유나 리 가족으로는 남편과 딸, 시아버지와 시어머니가 참석했고 한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친정 부모나 미국의 형제들은 보이지 않았다. 로라 링 가족으로는 남편 레인 클레이턴과 언니 리사 링 등 6명이 나왔다.

로라 링은 기자회견장에서 “30시간 전에는 유나 리와 나는 북한에서 수감된 사람들이었다”면서 “우리는 언제든 힘든 노동수용소로 보내질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갑자기 누구를 만나러 간다는 얘기를 들었고, 한 장소로 갔으며, 문을 통해 걸어갔을 때 우리 앞에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 있는 것을 봤다”면서 감격의 순간을 전했다. 이날 공항에 나온 고어 전 부통령도 여기자 가족들과 커런트 TV를 대표해서 클린턴 전 대통령과 방북 석방교섭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등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뺀돌이 윌리(Slick Willy)’란 별명을 지닐 정도로 현란한 말솜씨를 자랑하는 클린턴 전 대통령은 밥호프 공항에 도착한 후에는 마이크 앞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여기자들이 비행기 트랩에서 내린 후 5분여를 비행기에서 기다렸다가 뜨거운 가족 상봉의 열기가 다소 가라앉은 후 트랩에 모습을 나타내기도 했다. 계산된 듯한 그의 처신은 얄밉다기보다 오히려 프로다운 모습으로 비쳐지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그는 7월24일과 25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제임스 존스 보좌관과 대화하면서 방북 문제를 협의한 후 방북 결심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여기자 석방의 확실한 보장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