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방북에 사용됐던 비행기는 2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 대는 할리우드의 프로듀서이자 백만장자인 스티븐 빙(44)의 소유로, 다른 한대는 미 대기업인 다우 케미컬 소속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방북에 굳이 2대의 비행기가 사용된 이유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에 제공할 선물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미 언론에 따르면 이들 비행기는 대형 항공기에 비해 규모가 적기 때문에 캘리포니아를 출발, 알래스카와 일본 미자와에서 2번 중간급유를 받고 북한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비행기 한대당 왕복 26시간 주유비가 10만달러, 급식과 위성전화 사용 등 비용이 추가로 10만달러 가량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에 비행기를 제공한 빙은 오랫동안 클린턴 부부 및 민주당의 후원자였다. 빙은 지난해 미국 민주당 대선 예비선거에 나선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10만달러 이상의 선거자금을 모아줬으며 클린턴재단에는 1000만~2500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클린턴 부부와 긴밀한 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빙은 부동산 재벌인 할아버지로부터 18세 때 6억달러의 재산을 물려받아 갑부 반열에 올라선 인물로 스탠퍼드대를 중퇴, 영화산업에 뛰어들어 톰 행크스가 성우로 나선 애니메이션 ‘폴라익스프레스’,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베오울프’ 등에 투자했다. 다우케미컬이 제공한 항공기는 여기자 귀환에 투입되지 않고 다른 부분에 활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앤드루 리버리스 다우케미컬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e메일 성명을 통해 “다우는 비행기를 지원함으로써 기자 2명의 석방에 도움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억류 141일만에 석방돼 이날 로스앤젤레스 밥호프 공항에 도착한 여기자 로라 링(Laura Ling·중국계)은 취재진에게 “스티븐 빙과 그의 승무원, 앤드루 리버리스 다우케미컬 CEO 및 다우케미컬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북한을 다녀올 때 개인 소유의 비행기를 이용한 것은 클린턴의 이번 방북이 개인 자격으로 활동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식시켜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워싱턴 = 천영식특파원 kkach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