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처리가 9월 정기국회 때까지 표류하게 됐다. 시행된 지 2년이 지난 비정규직법은 지난 1일부터 발효돼 사용자는 2년이상 고용해온 비정규직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2년이 되기 전 해고해야 하는 만큼 비정규직 근로자의 추가 대량 실업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3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미디어관련 3개법 단독 통과 여파로) 비정규직법안은 당분간 처리하기 힘든 만큼 비정규직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당정회의 등을 통해 한나라당안을 확정한 뒤 가을 정기국회에서 어떤 형태로든 처리하려 한다”고 밝혔다.

안 원내대표는 민주당에서 비정규직법 처리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와 관련, “약간 개정한다든지 다른 대안을 제시한다든지 해서 민주당을 비롯, 다른 야당과도 협의하고 협상을 통해 해결해 나가겠다”면서도 “민주당이 끝내 거부하면 다른 야당과 협의해서 통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22일 미디어관련법 처리에 앞서 비정규직법 시행 1년6개월 유예를 핵심으로 한 법 개정안을 직권 상정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김형오 국회의장은 이를 거부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는 “사회적 핵심 쟁점 사안인 만큼 여야 간에 좀더 논의해 보라는 게 김형오 의장의 뜻 아니겠느냐”며 “의장이 직권상정을 거부했고 민주당도 당분간 국회에 들어오지 않을 텐데, 비정규직법은 처리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여야 간사들의 협상 일정도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지난 17일 한나라당 조원진·민주당 김재윤·선진과 창조모임 권선택 의원 등 여야 간사 3명이 모여 법 시행 유예와 정규직 전환 지원금 확대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협상이 결렬됐으며 지금까지 추가 협상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김세동·김백기기자 sdg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