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안철수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사이버 테러에 대비, 전산망을 점검하고 있다. 심만수기자

“여기 보이는 것이 바로 ‘신종 악성코드’ 입니다.”

8일 오후 1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CMM빌딩 10층 안철수연구소(이하 안연구소) 비상대책실. ‘관계자외 출입금지’라고 적힌 방에 들어서자 작업중이던 심선영(32) 선임연구원은 심각한 얼굴로 4대의 모니터 화면을 가리키면서 “채취한 신종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악성코드 샘플을 실행하는 것”이라며 “화면 가득 담겨 있는 깨알같은 숫자들이 바로 공격 대상 사이트의 인터넷 주소들”이라고 말했다.

심 연구원은 “신종 악성코드가 공격 대상을 마음대로 바꾸기 시작했다”며 불안해했다. 시간 단위로 공격 대상 사이트를 바꾸고 있어 추가 공격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

실제로 이날 오후 시작된 2차 디도스 공격 대상엔 사이버 대테러의 최전선이자 국내 대표 백신업체인 안연구소까지 포함됐다. 1차 공격이 시작된 뒤 사내에는 가장 높은 경보인 ‘최고 위험’이 이미 발동된 뒤였고,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전사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좀비 PC’를 만드는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안연구소 사무실은 이미 낮과 밤의 구별이 사라진 지 오래였다. 이날 오후 일본 출장에서 서둘러 돌아온 김홍선(49) 대표는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우리 회사를 타깃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안연구소는 이번 신종 악성코드를 잡아낼 수 있는 전용 백신을 유일하게 개발, 이날 오후부터 무료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현재 회사는 전시상황을 뜻하는 ‘계엄령’이 내려졌다고 보면 된다”며 “전 직원 500여명이 언제든지 현장에 나갈 수 있는 비상대기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넷은 발전한 반면 보안수준이 취약해 사이버 테러의 타깃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 가전, 휴대전화도 컴퓨터가 들어가기 때문에 5년, 10년후에는 재앙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현 보안 상황에 대해 큰 위기감을 나타냈다.

조시행(47) 연구소장은 “현재로선 긴급조치 작업까지는 마쳤으나 침투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며 “이곳이 바로 사이버 전쟁터”라고 말했다.

이관범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