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5일 충북 피죤 진천공장 중앙연구소에서 독성시험연구팀이 표준사용농도로 희석시킨 주방세제를 어항에 넣어 어류 독성시험을 하고 있다. 진천 = 곽성호기자 tray92@munhwa.com

“아니, 세제회사가 친환경 녹색경영의 대표 사례라고?” 피죤이 녹색경영에 앞장서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현장취재에 앞서 기자의 머릿속에 든 생각이었다. 그리고 찾아본 관련 자료들. “노력은 하는데…”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여전히 고개는 갸웃거려졌다. 이런 생각들이 바뀐 것은 지난 25일 오후, 서울에서 승용차로 2시간여 달려 충북 진천의 피죤 공장에 도착해서였다. 공장은 위로는 금강 상류, 아래로는 초평저수지가 있는 녹음 속에 위치했다.

이날 오후 3시 충북 진천군 초평면 용정리 피죤 진천공장 연구동. 연구진이 어항의 금붕어를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한방울 더 넣어봐. 그렇지 천천히….” 한 연구원이 손에 든 피펫(실험에서 액체를 첨가하는 기구)에 담긴 주방용 세제를 조심스레 한방울 어항에 떨어뜨린다. 놀란 금붕어가 꼬리를 흔들며 피한다. 이미 투입된 세제는 30㎖.

“아직 팔팔하군. 오늘은 그만하지.” 이날 실험은 세제의 어류 독성시험이었다. 장기적으로 어류에 미치는 세제의 해독(害毒) 정도를 알기 위한 것이다. 김재근 피죤 중앙연구소 팀장은 “지켜봐야 하지만 안전하다는 게 연구진 판단”이라고 말했다.

사실 피죤의 각 제품들은 보다 정밀한 검사를 통해 인체유해 여부를 감별받는다. 그럼에도 이런 실험을 하는 것은 환경에 대한 남다른 부채의식 때문이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옷의 더러움’을 자연에 떠넘기는 부담이랄까. 아쉽게도 아직 100% 무해한, 물 같은 세제는 없다.

“전 세계 모든 세제기업의 꿈입니다. 피죤 역시 세계 첫 꿈의 세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강유석 연구소장의 말이다. 이를 위한 피죤의 경영이념은 ‘친환경의 선순환’이란 말로 요약된다. “실제 우리 회사는 물 이용이 많습니다.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세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깨끗한 물이 많이 필요한데 주변 공기가 더럽고 수질이 나쁘면 그 물을 정화하기 위한 생산단가가 더 들게 되죠.”

‘첫 비용감소 → 오염물질 배출 → 주변환경 악화 → 생산단가 상승’ 대신 ‘첫 비용증가 → 오염물질 배출 제로(0)화 → 주변환경 정화 → 생산단가 하락’이란 선순환을 택했다는 게 피죤측의 설명이다.

무엇보다 이런 경영이념은 지난 1989년 2월 진천 공장을 건립할 때부터 실천돼 왔다. 당시로서는 환경문제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지만 공장을 건설할 때 아예 1차 폐수처리 설비를 20여억원을 들여 갖췄다. 덕분에 이곳 공장의 하수는 일찌감치 농업용수로 활용될 수 있었다. 올 들어 이용하는 기름도 벙커C유 0.5% 미만으로 바꿨다. 법적으로 1% 미만이면 될 것을 0.5%를 이용하면 연간 1200만원가량이 더 든다.

생산설비 자동화 등을 통해 전력사용량도 꾸준히 줄여 지난 2005년 생산량을 100%로 할 때 생산량은 지난 2006년 112%에서 2008년 124%로 늘었지만 전력사용량은 2006년 109%에서 2008년 102%로 줄였다.

이런 정신이 제품개발에 반영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매년 매출액의 10%를 연구개발에 투자, 피죤은 ‘꿈의 세제’를 향한 개발에 전력해왔다. 당장 지난 1996년 천연식물성 원료 성분을 연구개발한 후 이를 제품에 적용했다.

이 제품은 세탁시 헹굼을 줄여 수질 오염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켰다. 흔히 세제의 친환경 정도는 소위 세제유해 성분이 물에 녹아 없어지는 ‘생분해도’라는 개념으로 파악되는데 피죤의 천연식물성 원료의 생분해도는 99% 이상에 달한다.

지난 2005년에는 자몽과 유자기름을 이용한 액상세제를 개발했다. 기존 분말세제는 용해시 고온이 필요한 데 비해 피죤의 액체세제인 액츠는 5~7도의 찬물에서도 잘 녹으며 생분해도 역시 99% 이상에 달한다. 연구결과 물 온도를 20에서 40도 올리는 데 전국적으로 1070W, 1940억원의 전기료가 든다. 세탁 방법을 바꿔 국가적 에너지 비용 절약과 환경 오염 최소화에 기여한 셈이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는 기자에게 김 팀장이 한마디 더 거든다. “참 오해가 하나 더 있습니다. 그동안 제품 품질로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국내 토종이라는 사실을 잊어주신(?) 고객들이 많습니다. 이제 토종기업으로 아껴주세요.”

진천 = 박선호기자 shp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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