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정치의 지역구도 타파와 관련, 호남지역 한나라당 의원, 영남지역 민주당 의원이 탄생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9일 “이 대통령이 최근 지역구도 타파와 관련해 내놓은 아이디어 가운데 하나가 현재의 비례대표 의원제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호남에서 한나라당 의원, 영남에서 민주당 의원이 나올 수 있는 쿼터를 두는 방안을 연구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안은 선거법 개정 사안이어서 국회와 협의해 연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이 대통령의 구상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제기된 바 있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나 석패율 제도 등과 유사한 ‘비례대표 지역할당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쿼터제’를 언급했기 때문에, 여성의원의 쿼터를 규정한 공직선거법(100분의 50 이상 추천하되 홀수순번 배정)과 유사한 형태로 선거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선거구 제도는 지방행정체제 개편문제와도 맞물려 있다”면서 “이 대통령이 라디오연설에서 제시했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법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 또 개헌 문제와 관련, “폭발력이 강한 사안이라 이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는 식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형오 국회의장 등 정치권에서 제헌절(7월17일)을 전후해 개헌론을 강력하게 주장할 것으로 예상돼 정치권과의 조율을 통한 개헌 공론화의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 대통령은 ‘근원적 처방’과 관련, 대국민 메시지나 담화형식 등을 통해 지역구도 타파 등 정치적 문제에 대한 공론화를 촉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이념·지역 갈등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 ▲정쟁의 정치문화 등에 대한 근원적 처방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20일 오전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를 청와대로 초청해 한·미 정상회담 성과와 ‘근원적 처방’에 대해 의견교환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참석을 거부했다.

김상협·방승배기자 jupiter@munhwa.com